김 차관의 언급처럼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7.8%로 제조업 강국인 독일(21.6%), 일본(20.8%)보다도 높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이 처한 현실은 엄중하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의 21%가량이 영업이익으로 은행 이자도 내지 못했다. 전체 상장기업의 악성 재고도 1년 새 역대 최대치인 10%나 증가했다. 공장 가동률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70%대에 그쳤다. 이 모든 게 코로나 사태 이전에 벌어진 일이다.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던 와중에 코로나19까지 덮쳤다. 항공·관광 등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판이고 석유화학·조선·자동차 등 기간산업도 인력 감축과 감산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제조업이 숨은 영웅’이란 얘기가 구호로만 그쳐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가 실제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우리 경제의 큰 줄기인 제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김 차관은 최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신속하게 행동하고 무엇이든 하라’는 메시지를 인용했다고 한다. 제조업을 우리 경제의 버팀목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주 52시간제, 고용 경직성 등 갖가지 족쇄를 풀어야 한다. 공장을 멈추게 하는 수도권 입지 규제 및 환경 규제 등도 시급한 과제다. 우리 경제의 풀뿌리인 중소기업도 육성해야 하지만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기간산업을 지키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디지털 신사업을 키우고 한계기업을 정리하는 일도 해야 한다. 제조업체를 무대 위의 당당한 영웅으로 만드는 일은 이제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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