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 투표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저조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2000년대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제15대 총선(63.9%)도 넘어 28년만에 최고치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 오후 5시 현재 전체 유권자 4,399만4,247명 중 2,753만8,706명이 투표를 완료해 62.6%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대 총선 최종 투표율(58.0%)은 물론 2000년대 최고치였던 2004년 17대 총선(60.6%)보다도 높은 수치다. 현 추세대로라면 최종 투표율은 1996년 15대 총선(63.9%)까지도 제칠 것이 유력한 것으로 진단된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의 높은 투표율을 사전투표 제도 정착 효과로 분석했다. 지난 10~11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투표율이 사상 최고 수준인 26.69%을 기록하며 나온 반사 효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사전 투표 정착 효과라고 보기만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선거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표 계산 자체가 어려워진데다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 도입으로 유권자들이 이름도 잘 모르는 소수정당이 난립한 상태에서 치러졌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예년보다 유세가 줄어들면서 선거 열기가 고조되지 못했고 투표장에 가길 꺼리는 유권자도 많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틀짜리 사전 투표가 도입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결국 예상을 뒤엎는 높은 투표율이 나온 것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번 선거로 반드시 심판을 해야 한다는 민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힘을 얻는다. 지난 4년 사이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부터 시작해 문재인 정부 들어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여론조작 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윤석열 검찰총장과 청와대 관련 수사, 소득주도성장 효과, 부동산 가격 폭등, ‘미투’ 운동, 대북정책 성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민심이 극명하게 양분된 상황에서 사실상 국민 대다수가 세 대결에 참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제6공화국이 들어선 상태에서 치러진 역대 총선 최종 투표율은 1988년 13대 75.8%, 1992년 14대 71.9%, 1996년 15대 63.9%, 2000년 16대 57.2% 등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겪었다. 그러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치적 관심이 높아진 2004년 17대 총선에서 60.6%로 반짝 상승했다가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역대 최저치인 46.1%로 떨어졌다. 당시만 해도 경제성장 이후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졌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왔다.
이후 2012년 19대 총선 54.2%, 2016년 20대 총선 58.0%로 총선 투표율은 다시 반등했고 이번 21대 총선은 예상을 뛰어넘는 60%대 투표율에 재진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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