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둘러보면 이상하게 정이 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괜히 싫은 사람이다. 이유가 뭘까. 바로 생각나지 않을 때 그 사람의 됨됨이를 따져보면 대개 답이 나온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한 번만 하지는 않는다. 남 탓을 하는 사람도 한 번만 하지는 않는다. 그런 일은 한 번 할 때는 잘 모를 수 있어도 반복할수록 쌓여 어느덧 그 사람을 평가하는 근거가 된다. 그런 근거 중 최악은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차명진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후보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세월호와 관련해 막말을 했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면 바로 슬픔과 고통이 다가온다. 6년 전 일인데도 바로 어제 일어난 것처럼 기억이 선명하다. 세월호 참사와 아무 관련이 없는 내가 이런 정도이니 유족은 얼마나 힘들고 아플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차 후보가 막말했을 때 통합당이 처음 내린 결정은 제명이 아닌 탈당 권고였다. 탈당 권고를 받은 당원은 열흘까지는 당적을 유지할 수 있으니 차 후보에게 총선까지 완주하는 길을 열어줬다. 차 후보는 기호 2번을 유지한 채 징계 이후에도 문제 발언을 이어갔다.
차 후보의 세월호 막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차 후보는 세월호 5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해 4월15일 또 다른 세월호 막말로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았다. 통합당에는 차 후보보다 됨됨이가 나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이번 총선에 그를 후보로 내세운 것은 세월호 막말을 즐기는 사람의 지지를 계속 얻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차 후보가 제명 처분을 받은 날 통합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게시판에는 차 후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며 제명을 철회하라는 댓글이 끝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세월호 발언 이후 차 후보에게는 전국에서 후원금이 쇄도해 한도가 다 찼단다. 통합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유족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그런 언행을 통해 특정 세력의 지지를 받아왔다. 통합당은 이런 지지가 필요한가.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할수록 커지는 이런 지지를 원하는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을 꼽으라면 나는 세월호 참사와 5월 광주라고 대답하겠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구할 수도 있었던 어린 생명을 살리지 못한 사건이다. 5월 광주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국민에게 총을 쏴 멀쩡한 생명을 죽인 사건이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5월 광주 유족의 마음도 아프게 했다.
통합당과 한 몸인 미래한국당의 원유철 대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광주를 방문해 “그동안 광주시민 여러분께 상처를 드린 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의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한 이종명 의원이 통합당의 꼼수 제명으로 한국당에 와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4년 내내 5·18을 폄훼한 세력들이 선거 때 잠시 내려와 굽신거리는 모습이 참으로 가증스럽다”는 민생당의 지적 그대로다. 이 의원과 함께 5월 광주를 모욕한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지금 뭐 하고 있나. 김진태 의원은 통합당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후보로 출마했고 김순례 의원은 한국당 선대위원장으로 활약했다.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마음을 얻으려면 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해야 한다. 공감은커녕 상처를 후벼 파면서 마음을 달라고 할 수는 없다. 미래통합당은 이런 일을 놔둔 채 미래를 얘기하고 통합을 지향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표를 달라고 하기 전에 당연히 있어야 할 전제다.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확고히 할 정책 다 좋다. 그 전에 기본 인성부터 갖춰야 한다. 선거는 끝났지만 정치는 계속된다. 오늘은 세월호 6주기다. 한 달 뒤는 5·18이다. 통합당이 진짜 정치를 하고 싶다면 세월호와 5월 광주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때가 국민의 마음을 얻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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