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1대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은 지난 20대 총선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총선에서 녹색 돌풍에 밀려 내줬던 호남 지역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전통적 지지 기반을 회복했고 영호남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던 충청 민심도 이번에는 여권으로 기울어진 양상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전통적으로 지지세가 강한 강남과 서초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과 대구·경북(TK) 등 영남권에서 압승했다. 여야가 지난 20대 총선에서 상대 텃밭에 구축한 교두보마저 이번 선거를 통해 사라지며 결과적으로 지역주의는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오전1시 반 기준 4·15총선 개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수도권 121개 지역구 가운데 100개 지역구에서 우위를 점했다. 권역별 의석으로 따지면 서울 41석, 경기 48석, 인천 11석이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울 35개, 경기 40개, 인천 7개 등 수도권에서 총 82개 의석을 확보한 바 있다. 수도권에서 안 그래도 열세였던 통합당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서울 8곳, 경기 11곳, 인천 1곳에서만 앞서며 대패했다. 선거전 막판 후보자 막말 파문 악재로 중도·부동층이 밀집한 수도권의 표심이 흔들린 것이 패인으로 분석된다. 호남의 경우도 민주당이 전체 28석 중 27석을 확보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국민의당에 호남 28석 중 23석을 내주고 3석을 지키는 데 그쳤으나 이번에는 광주 8석, 전남 10석을 모두 석권, 전북은 남원·임실·순창 1곳을 제외한 9개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전북의 경우 이용호 무소속 후보가 이강래 민주당 후보를 제쳤지만 이 후보 또한 ‘당선 시 민주당 복당’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사실상 민주당 ‘싹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보수 진영의 텃밭인 영남권은 통합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대구 11석, 경북 13석 등 24석을 모두 보수 후보가 확보했다. 민주당 대권 후보로 평가받는 김부겸 의원, 그리고 홍의락 의원까지 통합당에 크게 밀리며 패배하는 등 TK 지역 교두보를 완전히 잃게 됐다. 울산의 경우 6개 지역구 중 6곳, 경남 16개 지역구 중 12곳에서 앞서며 절대적 우위를 점했다. 격전지로 분류된 부산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확보한 5개 지역구에서 접전이 펼쳐졌으나 자정 기준 통합당이 18개 지역구 중 17곳에서 우위를 점했다. 수도권과 함께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부산에서도 통합당이 18개 지역구 중 16곳에서 선두를 지켰다. 20대 총선에서 5석을 가져간 민주당은 현역 박재호·전재수 의원만 방어에 성공하면서 이곳의 교두보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13석, 통합당 14석으로 접전이 펼쳐진 충청에서는 민주당이 중원 전쟁의 승기를 잡았다. 민주당은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역 총 28석 중 기준 16석으로 앞서나갔다. 여권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보수 세가 강하던 충북 지역에서도 청주 지역 4개 구에서 강세를 보인 데 이어 대전 압승, 젊은 공무원 세대 유입과 함께 기존 1개 선거구에서 2개로 늘어난 세종을 모두 따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이 기존에 8개 지역구 중 1석밖에 얻지 못한 ‘보수 텃밭’ 강원은 여전히 보수 정당이 우위를 점한 가운데 ‘이광재 효과’로 3개의 지역구에서 우위를 점했다. 제주에서는 민주당이 3석을 모두 지키면서 지난 총선에 이어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하정연·구경우·진동영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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