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경제적 사정 등으로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는 자원봉사자의 발길과 후원이 줄고 재입양 문의도 뜸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유기동물을 안락사를 시키는 경우도 늘고 있다.
16일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초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350마리 강아지들의 행복한 보금자리’ 유기동물 보호소 앞에 강아지 6마리가 버려졌다. 어미 개와 눈도 채 뜨지 못한 새끼 5마리였다. 1주일 뒤에도 같은 자리에 새끼만 4마리 버려져있었다. 김계영 보호소장은 “코로나19 이후에 동물을 보호소 앞에 버리고 가거나 맡아 달라는 문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사정이 나빠지는 등 다양한 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유기되는 반려동물은 늘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발길과 후원이 모두 끊기며 유기동물 보호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지원되지 않는 보호소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김 소장은 “자원봉사자가 오지 못하는 바람에 혼자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며 “후원도 절반으로 줄어 원래 알던 사료 업체에 연락해 사료를 겨우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기동물을 재입양하려는 문의는 급감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강동리본센터 유기동물 보호센터는 코로나19가 발병 초기인 1월만 해도 140건의 입양 문의가 들어왔지만 지난달에는 20건으로 줄었다. 보호센터 관계자는 “이번달에는 입양 건수가 아예 없고 문의도 10건이 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청주의 한 유기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보호소 수용에 한계가 있어 재입양이 줄어들면 안락사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몸이 불편하거나 재입양을 가지 못하는 경우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반려동물 건강보험 등의 공적 제도를 통해 반려동물을 사회적 안전망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보호소장은 “동물병원에서 진찰만 받으려 해도 15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프더라도 병원에 데려갈지 고민해야 한다”며 “반려동물 보험제도를 통해 부담을 어느 정도 줄여야 유기 횟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연 대표도 “임시보호 방식 개선 등 반려동물과 유기동물의 현 상황을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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