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경찰 출신 국회의원 9명이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는 임호선 전 경찰청 차장,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 두 명이 당선됐고 미래통합당에서는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윤재옥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등 6명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 3번을 배정받은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도 이날 오전 당선이 확정됐다. 경찰 출신 9명의 의원이 함께 국회에서 일하게 된 것은 20대 국회의 8명을 넘어선 새로운 최다 기록이다.
경찰 측은 의원 수 증가를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총선에서 판검사·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에 비해 선출된 경찰 출신 의원 수가 적었는데 이번에 두 자릿수에 다가서며 기대감이 커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상임위원회 배정을 어떻게 받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조직 특성을 이해하는 의원이 늘어난 점은 고무적”이라며 “경찰 인력·예산 등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서 의원들이 친정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은 물론 경찰개혁에 대한 관심이 커진 국면에서 경찰 출신 의원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우선 주목된다. 20대 국회에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경찰이 수사권 조정이라는 숙원을 이뤘지만 이후에는 경찰권 비대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민갑룡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자치경찰제와 국가수사본부 도입의 필요성을 밝히는 등 국회에 도움을 요청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론자인 황 전 청장이 여당 소속으로 당선돼 수사권 조정 이후 검경 갈등 해소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감이 크다.
그동안 경찰이 통과를 염원해왔지만 미뤄진 사설탐정 법제화 등 경찰 관련 법도 관심사다. 외국에서는 흔한 사설탐정 제도를 합법화하기 위한 국회 움직임은 지난 2005년 17대 국회 때 처음 관련 법안이 발의된 후 10여년이 지났지만 인권침해 등 반대 목소리가 커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n번방’ 사건 등으로 디지털성범죄 엄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관련 치안업무 확대를 위한 재정지원·인력 확보를 위해서도 경찰은 국회의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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