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나도 경기회복의 출구로 들어서기가 얼마나 험난한지 일깨워주는 지표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끔찍한 3월 지표는 훨씬 더 나쁜 4월의 예고편”이라며 다가올 경제혹한을 예고했다. 이를 의식한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투기등급 회사채까지 매입하며 기간산업 구제에 나선 데 이어 10개 항공사에 250억달러를 지원하는 등 자국 기업 살리기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 생존에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굼뜨다. 정부가 대규모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았지만 기업의 아우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회사채 시장의 냉골은 여전하고 정유사 등 상당수 주력기업들은 고금리 기업어음(CP)으로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다. 오죽 답답하면 대한상공회의소가 16일부터 주력기업협회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구원투수 역할을 읍소하고 나섰겠는가. 다음주로 예고된 실업대란 대책 발표도 재정에만 기댄 땜질식 대책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금의 경기침체가 V자형으로 빠르게 회복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접어야 한다. 경기대응책의 속도를 높이되 기업 지원도 더 이상 미적거리면 안 된다. 한국은행이 미국처럼 정부 보증으로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법도 서둘러 꺼낼 필요가 있다. 경기 흐름에 따른 시나리오별 중장기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한순간의 정책 실기도 용인될 수 없는 엄중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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