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부진 우려로 글로벌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렸다. 가계와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심각한 불황과 기업들의 디폴트 파장에 대한 대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JP모건과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은 올해 1·4분기 부실대출에 대비해 200억달러(약 24조5,000억원) 상당의 대손충당금을 마련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월가는 이 액수가 다음 분기에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BoA와 씨티그룹은 부실채권에 대비해 수십억달러를 적립하면서 1·4분기 수익이 40% 이상 감소했다고 발표했으며 JP모건과 웰스파고도 대출손실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금액을 적립하면서 수익이 급감했다고 보고했다. 골드만삭스도 자체 투자에서의 손실과 대출채무 불이행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때문에 1·4분기 이익이 전년 대비 46%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BoA는 대손충당금을 47억6,000만달러로 5배, 씨티그룹도 기존 19억8,000만달러에서 70억3,000만달러로 3배 이상 늘렸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은행이 ‘심각한 불황’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제부진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의 절반가량이 구제금융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다른 때와 달리 비상사태”라며 “우리는 매우 빠르게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IMF 이사회는 회원국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돕기 위해 새로운 단기유동성 대출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이날 의결했다.
국제사회도 경제부진에 대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최빈국의 부채 상환을 연말까지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말 이뤄진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의 화상회의 및 지난 14일 주요7개국(G7) 간 논의에 이은 후속대책 성격이다. 무함마드 알자단 사우디아라비아 재무장관은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을 동결하는 조치로 이들 국가가 보건체계를 개선하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퇴치하는 데 지출할 200억달러 이상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황을 겪을 것이라며 멕시코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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