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한파가 왔으니 지구온난화는 거짓말이다. 나처럼 지적인 사람도 안 믿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기후변화 보고서에 대해 이 같은 반응을 내놨다. 근래 들어 미국에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허리케인이 점차 잦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하며 기업과 납세자에게 불공정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기는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반대한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맺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도 탈퇴를 선언했다.
신간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최신 연구 자료와 통계적 근거를 토대로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올 기후변화의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뉴욕매거진 칼럼니스트이자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 연구원인 저자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끔찍한 상황에 도달했음에도 환경운동 차원에서만 다뤄지고 있다는 점에 심각성을 느껴 이 책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한다. ‘플라스틱 쓰지 않기’나 ‘채식주의 실천’ 같은 개인의 윤리적 각성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저자가 내다보는 인류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책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으로 도래할 재난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온이 1℃ 상승하면 미국과 같이 기후가 온화한 국가에서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감소하고, 4~5등급 허리케인 발생 빈도가 25~30% 가량 증가한다. 2℃ 상승하면 적도의 주요 도시가 거주불능 지역으로 변화하고, 북극의 빙상이 붕괴하기 시작한다. 가장 심각한 상태인 5℃ 상승시에는 전 지구가 거주불능 지역으로 변하게 된다. 영구적인 가뭄 띠가 온 지구를 둥글게 포위하고, 북극의 일부는 열대지역으로 바뀌고 만다.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상황 속에 결국 지구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이 살아갈 수 없는 죽음의 행성으로 변하게 된다는 가정이다.
책은 이러한 미래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닌, 이르면 30년 뒤에 우리 앞에 펼쳐질 현실임을 강조한다. 이미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한계치인 400ppm을 넘어섰고, 평균 온도는 해마다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2100년까지 1.5~2℃ 상승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지구는 2050년 혹은 그 이전에 찾아올 끔찍한 미래를 감당해낼 수 없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현 상태로는 인류가 2℃ 상승을 막아낼 가능성보다 3℃나 5℃ 이상 상승의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2050년경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12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직접적인 열기로 전 세계에서 25만5,000명이 숨지는 ‘살인적인 폭염’과 개발도상국 거주자 중 1억5,000만명이 영양 결핍에 직면하는 ‘빈곤과 굶주림’, 미국에서만 31만1,000채의 집이 침수하는 ‘집어삼키는 바다’, 전 세계적으로 50억명이 물 부족 위기에 직면하는 ‘갈증과 가뭄’, 미국에서만 오존 스모그 발생일이 70%로 상승하는 ‘마실 수 없는 공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기후재난은 선진국과 중진국, 빈국을 가리지 않고 찾아올 것이라고 책은 전망한다.
저자는 기후변화가 더 이상 찬반을 나눠 한가로이 논쟁할 이슈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변화된 환경에서 인류가 어떻게 살아남을지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생존 프로젝트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시장 중심적이고 소비적 태도로만 일관했던 환경운동을 비판하며, 화석연료가 뒷받침해 온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탄소포집 기계’나 ‘행성 이주 계획’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자본과 기술력만으로 기후변화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흐름은 망상에 가깝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그러면서 몇몇 똑똑한 사람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지구를 행성처럼 생각하는 것을 넘어 사람처럼, 더 나아가 한 사람처럼 생각해야 한다. 단지 ‘지구’라는 한 사람의 운명을 인류가 나눠서 짊어지고 있을 뿐이다.” 1만9,8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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