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과정에서 여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정부가 발표한 소득 하위 70%에서 모든 국민으로 확대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방안’을 담은 ‘2020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긴급재난지원금 규모는 총 9조7,000억원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중앙 정부 부담분의 20%(서울시는 30%)인 2조1,000억원을 보탠다.
지원 대상은 지난 3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 이하로 1,478만 가구에 달한다. 다만 재산세 과세표준 합산금액이 9억원이 넘거나, 금융종합소득세의 부가기준인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인 고액자산가는 제외된다.
지난 3월17일 11조7,000억원 규모 ‘슈퍼추경’이 통과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차 추경안이다. 한해에 두 번의 추경을 한 것은 2003년 이후 17년 만이다.
정부는 여야의 약속과 달리 기존계획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가의 재정 여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도 전 가구에 주는 사례가 거의 없고, 하위 70% 지급이 유지돼야 한다”며 “정치권 일각에서 전 국민, 전 가구 100%에게 지원하는 지적이 있지만 정부로서는 소득 하위 70% 지원 기준이 재정 여력 등을 모두 고려해 매우 많은 토론 끝에 결정한 사안”이라며 지급확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추경안은 국회로 넘어오면 심의 과정에서 지급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야가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급대상 확대에 합의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당장 홍남기 부총리에 발언에 대해 압승한 여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홍 부총리 발언과 관련해 오후에 브리핑을 열고 정부 계획을 뒤집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기간 동안 전 국민 지급을 말씀드린 바 있고, 야당에서도 전 국민 지급에 대해 동일한 목소리를 냈다”며 “추가 세출 조정은 물론 일부 국채 발행도 가능하다”며 국회에서 대상을 확대하고 예산을 늘린다는 게 여당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특히 소득 구분 없이 100% 지급안은 기존의 복잡한 신청 접수 절차를 건너뛸 수 있고 신속한 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부안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21대 총선에서 여야 모두 전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정부안대로 통과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결국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하데 지원금의 규모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지급대상 확대에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다만, 긴급재난지원금 규모와 재원을 놓고는 양측이 입장이 갈린다.
여당은 소득 구분 없이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긴급재난지원금 편성을 위한 2차 추경 규모를 정부가 제시한 7조1,000억원에서 3조∼4조원 증액하고 지방정부 분담금 2조원을 합해 총 13조원 규모의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모든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씩(4인 가구 200만원)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본예산 512조원 가운데 20%의 예산 조정을 통해 100조원을 확보해 총 25조원의 재원을 추가 세금 부담 없이 조달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여야가 전 국민으로 지급 대상을 확대하자는 공통된 주장인 만큼 지원 규모와 재원 조달에 대한 각론을 두고 대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총선에서 1당을 차지한 여당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야당 입장에서도 긴급한 시국에서 불필요한 발목잡기로 국민적 비판에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다. 물론 기재부가 여야 의견과 달리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하는 점이 논의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최종 결정권을 가진 국회가 강행한다면 결국에 정부가 발표한 지급 방안에서 지급 대상만 100%로 확대하는 쪽으로 결론 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급시기는 정부는 물론 여야가 2차 추경안을 20대 국회에서 처리하는데 큰 이견이 없어 이르면 5월 중에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안이 본회의 올라갔을 때 여야가 얼마나 빠르게 협상을 진행하느냐가 관건이다.
절차 상으로는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고, 각 지방의회에서도 지자체 몫의 재원 마련안을 통과시키고 나면 공고와 신청을 거쳐야 지급이 가능하다. 여당은 이번 주에 임시국회를 개최하고 다음 주 중에 심사한 후 이달 안에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도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어 5월 중에는 지급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급 대상 확대에 힘이 실리지만 우려스러운 점도 분명하다. 국가의 재정 악화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해 코로나 포스트 이후 위축될 수 밖에 없는 경기 부양책에 따른 정부의 재정악화에 대한 걱정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번 추경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1차 추경(-2.1%)보다 -0.2%포인트(p) 증가한 -2.3%로 확대된다. 이 지표들은 코로나19 여파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문제는 전 세계의 우려처럼 올해 우리 정부도 경상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추경과 상관 없이 가만히 있어도 재정건전성 지표는 크게 악화될 처지다. 추경은 여기에 불을 지피는 셈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계속해 고액자산가를 걸러내는 기준을 더 촘촘하게 짜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이 가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범위를 더 좁혀서 조금이라도 더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지원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불필요한 사람에게까지 지원금을 줄 만큼 국가의 재정을 낭비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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