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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이 다른 나라에 내미는 건 썩은 당근…코로나 이후 미중 새 냉전 돌입”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분석

코로나 이후 홍콩·대만 등 미중 갈등 본격화

2단계 무역협상 불가·경제제재 등 난무할 듯

中, 세계적 공장 지위 조금씩 잃게 될 가능성

美도 코로나 국면서 국제적 리더십 못 보여

코로나 이후 韓, 또 다른 선택의 시간 도래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17일(현지시간)에는 확진자만 68만명이 넘었는데요. 월스트리트의 관심 가운데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의 변화와 향후 미중 관계 전망입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달라질 것이냐죠.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창업자 및 회장은 이 문제에 대한 나름의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유라시아그룹은 미국 내 대표적인 씽크탱크 중 하나인데요. 앞서 브레머 회장은 타임지에 코로나19로 중국은 세계에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됐다고 지적해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가 보는 세계와 미중관계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쓴 뉴욕지하철 승객들. /로이터연합뉴스




기업전략, 저스트 인 타임→저스트 인 케이스

브레머 회장은 최근 미 경제방송 CNBC에 나와 “앞으로는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이 저스트 인 케이스(just in case)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저스트 인 타임은 적시공급을 뜻하는데 재고를 최소화해 관리비용을 줄이는 전략인데요. 반면 저스트 인 케이스는 물량 부족이 생기지 않게 평소에 재고를 대량 구매해 놓는 방식입니다. 전통적인 제조 시스템에 적합한데요. 코로나19로 공장을 돌리지 못하면서 공급망 붕괴가 일어나게 되면서 기업들이 저스트 인 케이스로 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지위는 예전 같지 않게 된다는 말입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미국 기업들은 이 같은 압력을 더 받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세금으로 지원을 받았으니 미국에서 고용을 하라는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충분히 가능한 얘기입니다. 다른 나라 정부의 생각도 비슷하겠죠. 브레머 회장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고 화웨이는 당분간 미국에서 영업을 할 수 없다”며 “정보기술(IT) 분야의 상황이 제조업으로 확산할 것이다. 이것이 디글로벌라이제이션(deglobalization)”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물론 미국도 문제도 많습니다. 그는 “트럼프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경기진작에 나서고 있다. 이것은 중요하다”면서도 “미국이 코로나19 국면에서 국제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리더십의 부재이며 국가별 협조도 안 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미국 정부는 마스크와 인공호흡기의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거꾸로 중국도 미국으로의 의료물품 수출을 막아 미국이 애를 먹고 있는데요. 브레머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의 장점을 이용하면 국가별로 협조해 효율적이게 생산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디글로벌라이제이션이 힘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이 1차 미중 무역협상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CNBC 화면캡처


美·中, 본격적으로 충돌…노골적 제재·수출통제·불매운동

이중 코로나19 이후 미중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얼어붙을 전망입니다. 1단계 미중 무역합의를 했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나 할 정도죠. 현재 미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개발도상국 지원이 중국의 일대일로로 진 부채를 상환하는데 쓰일까 견제하고 있습니다. 최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특별인출권(SDR)을 확대하는데 반대한 것도 큰 틀에서 같은 의미라고 보면 될 듯한데요.

코로나19의 이름에 ‘우한’을 붙이는 것을 비롯해 바이러스의 기원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설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은 그 전초전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유라시아그룹은 “코로나19로 인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국가안보와 영향력을 둘러싸고 두 나라가 더 노골적으로 충돌할 것”이라며 “홍콩과 대만, 위구르족, 남중국해를 포함해 많은 문제에서 대립이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싸움에서 양측은 경제제재와 수출 통제, 불매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그동안의 관례와 달리 미국 구축함 배리호가 대만해협의 중간선을 넘어 중국 쪽을 항해한데 이어 중국의 항모전단이 대만에서 군사훈련을 통해 무력시위를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보당국이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근거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2단계 무역협상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라는 게 유라시아그룹 판단인데요. 이런 갈등이 더 커지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가치 대결로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경제제재를 강화해 코로나19로 취약해진 중국 경제에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도 있는데요. 유라시아그룹은 “미국은 홍콩 민주화 시위대를 지지한 트윗에 중국이 NBA 불매운동을 나선 데서 보듯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 적을 응징하고 외부의 비난을 막으려는 전체주의적 정권이라고 보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막고 분열의 씨를 뿌리려고 하는 패권국가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밀로스 제만 체코 대통령과 함께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中이 내미는 건 작고 썩은 당근”…선택의 순간, 대한민국은?

중국도 앉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지도력을 알리기 위해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중국의 통치모델 과시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많은 미국 동맹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 재정과 의료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국 때리기에 더 몰두할 것입니다.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전략이지요. 앞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중국 편향성을 근거로 당분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기존 발표보다 1,290명 증가했다는 발표에 “중국은 그들의 사망자 수가 2배로 늘었다고 발표했다”며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많고 미국보다 훨씬 많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중국의 태도입니다. 코로나19 책임론을 거부하면서 되레 다른 나라를 친미와 친중으로 줄세우기를 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사태에서 드러났듯 자신의 뜻에 거슬리는 국가와 기업은 대놓고 처벌하려 들겠지요. 대중 수출 의존도가 25%에 달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또 다시 선택의 순간이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도 바보가 아닙니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 같은 우리나라 위주의 사고방식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미국도 친구가 아니면 제재하고 지적재산권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브레머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일부 국가는 중국에서 떨어져 나갈 거고 다른 나라는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며 “중국은 당근을 제시할 거다. 그런데 작고 썩은 당근이다. 이것이 (이들 국가에) 시험대”라고 했습니다.

물론 미국 씽크탱크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가올 새 미중 냉전과 그에 따른 또 다른 시련이 우리에게 찾아올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입니다.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확산도 국내 생산설비의 해외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리에게 치명타입니다. 청와대와 정부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이 풍전등화 신세인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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