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서 공개 사실을 정면 반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조직명을 등장시켜 주목된다.
이는 지지부진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정면돌파전의 일환으로 대미 협상을 염두에 두고 조직을 재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특히 북한이 장기전을 강조하면서도 대미 협상 관련 조직을 재편한 것은 대미 협상을 중시한다는 반증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북한 외무성에 우리의 대변인실과 비슷한 ‘보도국’이 존재한다는 건 알려졌지만, 보도국 내 대외보도실장이라는 직함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1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로 담화를 내고 “미국 언론은 18일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중 우리 최고지도부로부터 ‘좋은 편지’를 받았다고 소개한 발언 내용을 보도하였다”며 “미국 대통령이 지난시기 오고 간 친서들에 대하여 회고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최근 우리 최고지도부는 미국 대통령에게 그 어떤 편지도 보낸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대미 메시지를 낼 때 다양한 루트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사안에 따른 맞춤형 대응을 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22일(보도날짜) 김 위원장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과시한 바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외무성 신임 대미협상국장’ 명의의 담화를 내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대북 압박 언급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미협상국 역시 그간 북미 협상 과정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직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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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6월(중앙통신 보도기준) 개설된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를 볼 때 외무성은 북아메리카국, 아프리카·아랍·라틴아메리카국, 유럽 1국과 2국, 아시아 1국과 2국, 보도국, 영사국 등 11개국으로 구성됐다.
통일부는 대미협상국이 기존 북미(북아메리카)국을 대체하는 것인지, 별도의 조직인지 파악 중이다.
북아메리카국은 미국과 캐나다 등 지역을 담당한 것으로 대미 협상을 전담하지 않았다. 그간 북한에서 대미협상은 핵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1990년대 초 ‘핵 상무조(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임시 조직형태로 운영됐다. 2018년 북미 대화가 본격화되면서는 당 통일전선부와 외무성내 인사들로 구성해 역시 TF 성격이 강했고,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등장한 김혁철 대미특별대표는 국무위원회 소속이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대미 협상의 장기전에 대응해 임시가 아닌 공식 조직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보인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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