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허버트 마커스가 여동생 부부와 함께 만든 니먼 마커스는 상류층을 타깃으로 설립됐다. 석유로 돈을 번 텍사스인들이 부를 과시하고 싶어 하자 매장을 화려하게 꾸민 뒤 지역에서 볼 수 없는 고급 의류를 팔았다. 상품들은 나오는 즉시 품절이 됐다. 1920년대 들어서는 혁신적인 마케팅을 시도한다. 주간 패션쇼를 처음 개최했고 매장 내 미술 전시회도 열었다. 1938년에는 ‘니먼 마커스 패션 어워드’를 만들었는데 이 상은 ‘패션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릴 만큼 권위가 있다. 코코 샤넬과 크리스티앙 디오르 등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이 상을 받았다. “고객이 물건을 잘 샀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잘 판매한 것이 아니다”라는 창업주의 말은 유통가에서 보석처럼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창업주 2세인 스탠리 마커스가 죽은 뒤 백화점은 내리막길을 걷는다. 2005년 사모펀드인 워버그 핀커스에 팔린 데 이어 2013년에 미국 자산운용사인 아레스로 넘어갔다. 럭셔리 중고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업체 지분을 인수하는 등 변화에 대응했지만 험로가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니먼 마커스에 치명상을 안겼다.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낸 것이다. 조만간 빚을 못 갚으면 파산보호(법정관리) 신청을 해야 한다. 113년 역사의 백화점까지 코로나19의 제물이 된 상황이 안타깝다. 니먼 마커스가 위기의 수렁에서 극적으로 벗어나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다시 서길 기원한다.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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