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중설’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 18일 밤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통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의 총선 승리를 축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덕담이 있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었으나, 최근 일련의 정황상 김 위원장의 신변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CNN 방송은 이날 사안을 직접 알고 있는 미국 관리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Grave danger)라고 보도했고, 청와대는 “특이 동향이 파악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지난 18일 한미 정상 통화 후 청와대는 양 정상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노력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북 관여를 높이 평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당연한 것이라면서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정상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대북지원 원칙을 재확인했다”고도 전했다.
반면 이에 앞서 이뤄진 지난달 24일 한미 정상 통화에서는 북한 문제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한국산 코로나 19 진단키트 지원 문제 등과 관련한 대화가 주로 오고 갔다. 김 위원장은 이후 지난 11일부터 공식 석상에서 모습이 사라졌고, 결정적으로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던 지난 15일 금수산 태양 궁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가운데 미국 CNN방송은 미국 측 정보 소스를 활용해 김 위원장의 위중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 행사에 불참했으며 이에 따라 그의 건강을 둘러싸고 추측이 제기됐다. CNN방송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국무부, 한국을 상대로 취재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이같은 보도에 대해 “특이 동향이 파악되지 않는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강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 확인해 줄 내용이 없으며,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도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정보당국도 CNN 보도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국정원 대북 라인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 당국의 한 관계자는 “CNN 정보 소스의 신빙성 여부를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CNN과 미국 정부 간의 관계를 고려하면 신빙성을 확실히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서 특이 동향이 감지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