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법인이 전국에서 매입한 아파트가 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법인의 아파트 쇼핑이 서울을 넘어 최근 들어 집값이 오른 경기도와 인천 등으로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법인으로 아파트 보유 및 매도 시 개인에 비해 보유세, 양도세 등 각종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약 전선에서 밀린 30대의 서울 아파트 사랑은 여전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입자 중 30대 비율이 30.3%로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 법인 아파트 쇼핑, 수도권으로 확산 =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아파트 법인 매입은 총 6,658건을 기록했다. 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수치다.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3월 8.4%로 전달(5.4%) 대비 3%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3월 거래된 전국 아파트 100건 가운데 9건 가량이 법인이 매입한 셈이다.
법인의 아파트 쇼핑은 풍선효과로 집값이 들썩인 경기도와 인천에서 두드러졌다. 인천의 경우 지난 3월 기준 법인 매수 건수와 비중이 각각 1,050건, 11.5%였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법인 비중이 3.0%에 불과했지만 2월 8.5%에 이어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경기 또한 풍선효과 지역을 중심으로 법인 매입이 늘었다. 경기도의 경우 ‘2·20 대책’에다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는 감소했다. 하지만 법인 매입은 지난 3월 2,271건으로 2월(2,101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아파트 매입 비중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원 영통구가 19.2%로 가장 높았다. 수원 권선(15.7%), 안성(15.1%), 의정부(14.2%) 등의 순이었다. 2·20대책 이후 풍선효과로 가격이 오른 오산(13.3%), 평택(11.0%), 군포(8.7%) 등도 법인 거래 비중이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지방에서도 나타났다. 제주도를 제외한 7개 도 모두 법인 아파트 거래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 강남 3구 또한 주택시장 침체로 전체적인 거래가 줄어들면서 법인의 아파트 매입도 줄었지만 비중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 3구의 법인 거래 비중은 지난 1월 1.5%에서 2월 2.7%, 3월 3.8% 등을 기록했다.
◇ 청약 전선 밀린 30대, 여전한 서울 아파트 사랑 = 법인의 아파트 매입이 증가한 이유는 종부세 및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줄일 수 있어서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이 강화되자 자산가들이 부동산 법인을 설립, 본인이 보유한 부동산을 법인에 나눠 중과세를 회피하는 것이다. 법인 전환 주택은 다주택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파트 매도 시 양도 차익에서도 유리하다. 개인이 아파트를 파는 경우 양도 차익에 따라 6~42%의 기본세율을 적용한다. 특히 1년이 지나기 전에 팔 경우 세율이 40%에 달한다. 보유 주택 수에 따라 10~20%포인트도 가산된다. 반면 법인은 양도 차익을 다른 소득과 합산한 후 그에 대한 법인세만 내면 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집값 상승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 법인 매입 거래는 사실상 다주택자 매입 건으로 볼 수 있다”며 “종부세를 비롯한 각종 규제망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만큼 이 같은 우회책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3월 서울 주택 시장이 침체되는 가운데 30대 아파트 매입 비중이 제일 높았다. 지난달 팔린 서울 아파트 9,152가구 가운데 2,772가구를 30대가 사들였다. 서울 아파트 매입자 중 30대 비율이 30.3%로 가장 높았다. 30대가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산 곳은 노원구(378건)였다. 이어 강서구(204건), 구로구(189건), 성북구(183건), 도봉구(163건) 등의 순이었다./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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