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을 넘어뜨려 나무의 뿌리가 뽑혔다면 나중에 이를 다시 심었더라도 재물손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41)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건물 앞에 놓인 화분을 치워달라고 소유자에게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이를 발로 여러 차례 밀어 넘어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로 인해 나무가 급경사면 도로로 무너졌고, 화분 속 흙이 바닥으로 쏟아져 나무뿌리가 일부 뽑혀 지면에 드러났다. 검찰은 A씨가 시가 10만원 상당의 화분과 50만원 상당의 나무의 효용을 해쳤다고 봤다.
A씨는 재판에서 “화분을 밀어 쓰러뜨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화분의 효용이 감소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비록 사후에 화분이 복원됐다고 해도 A씨의 행위는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화분과 그 화분에 식재된 나무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화분의 한쪽 모서리가 일그러지고 흠집이 났고, 이후 복원된 나무의 이파리가 서서히 떨어져 나무 숱이 듬성듬성해지고 나뭇가지가 드러난 점을 지적했다.
다만 “설령 화분과 나무가 물질적으로 훼손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재물손괴라는 판단은)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화분을 치워달라는 요구를 거절했다고 일부러 화분을 밀어 넘어뜨렸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못하고, A씨에게 폭행 등 범죄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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