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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소외된 사람, 기억하는 사람

수용소 한쪽 구석, 치욕적인 화장대가 세워져 있던 곳 아주 가까이, 까칠한 돌멩이 표면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누군가 칼끝이나 못으로 아주 처절하게 호소한 것이었다. 그가 누군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나는 여기에 있었고, 아무도 내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중략) 언제 그 글을 썼을까? 여자일까, 남자일까? 그 사람은 다시는 반복될 수 없는 유일하고도 개인적인 자신의 신화를 생각하며 썼을까? 신문기사나 전기에 실릴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을 대신해서 썼을까? 아니면 삶의 거리에서 흔히 마주치는 잊히기 쉬운 사람들을 대신해서 썼을까? (중략) 그들 모두와 다른 더 많은 사람들이 돌멩이에 새겨진 글을 읽으며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루이스 세풀베다, ‘소외’, 2005년 열린책들 펴냄)





칠레 소설가 루이스 세풀베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는 젊은 시절 피노체트 독재정권에 온몸으로 저항했고 평생 소외된 사람들의 입이 되고자 한 작가였다. 인간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을 넘어 그는 말 못 하는 자연과 지구의 고통까지 대변하는 작품들을 썼다. 그는 정의로웠으나 경직되지 않았고, 강렬한 재미와 스토리텔링으로 사람들을 올바름과 아름다움의 세계로 자연스레 이끌어갔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어간다. 충분히 애도할 겨를도 없이 세계는 무거운 경제위기와 충격에 빠져 있고, 죽음은 잇따른다. ‘나는 여기에 있었고, 아무도 내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소외된 자의 절규를 가슴에 새겼던 한 소설가도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자신보다 긴급한 어려움에 처한 소외된 이웃에게 기부하겠다는 지인을 만났다. 세계가 암흑기일지라도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기억하고 위하는 사람은 존재한다. 누구나 소외된 자의 편에서 그들의 삶에 작은 도움과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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