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의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원격 표결 방식을 도입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영국 의회는 원격으로 진행되는 법안 표결 방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앞서 코로나19 사태로 의사 일정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화상 회의를 시행했는데 의회 표결에도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투표 과정의 결함이나 해킹 우려가 불식되기 전까지는 압도적인 찬성을 받아 통과할 수 있는 법안만 원격 표결에 부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같은 ‘가상 의회’에서 평의원 석에 앉은 의원들이 야유를 보내거나 발언권을 얻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가 앉는 모습도 새로운 ‘줌 의회’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의회에서는 ‘대리 투표’ 방식의 원격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지도부는 231년 미국 의회 사상 최초로 원격 투표가 가능하도록 의회 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대리투표는 의회에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이 서면으로 투표를 작성하고 이를 의회에 출석한 동료 의원에 의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밖에 독일과 아일랜드 하원과 폴란드, 이탈리아, 프랑스의 입법 심의기구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유지하면서 대면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캐나다 의회는 매주 대면 회의 1회, 화상 회의 2회를 혼합해 진행하며 각국에 발이 묶인 유럽의회 의원들은 전자우편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등 온라인으로 의회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놀라울 정도로 순조롭게 이뤄졌다면서도 서로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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