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중국 내 경제난 악화 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본격적인 내부기강 단속에 나섰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방시찰에서 과거 부정부패·불복종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전방위적인 사정을 예고했다.
22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중국 서북부 산시성 친링산맥의 뉴베이량 자연보호구를 방문해 “친링의 불법 건축물 사건은 큰 교훈으로 산시성의 각급 간부들은 이를 알아야 한다”며 과거 고위관료의 지시 불이행 사건을 지적했다. 그는 “절대 과거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며 친링 생태를 지키는 호위병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베이량 자연보호구는 앞서 산시성 당서기가 시 주석의 지시를 묵살해 큰 파문이 일었던 이른바 ‘별장촌 사건’이 발생한 지역이다. 시 주석이 지난 2014년 5월부터 여섯 차례나 자연보호구에 있던 1,000여개의 불법 고급별장을 철거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자오정융 당시 산시성 당서기는 이를 따르지 않다 결국 부패 혐의로 기소됐다.
시 주석이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일부러 산시성까지 내려가 이렇게 언급한 것은 최근 경제불안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1·4분기 성장률이 -6.8%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잇따른 부정부패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관료·기업인에 대한 기강 단속의 고삐를 조이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가장 최근의 논란은 ‘알리바바의 황태자’로 불리는 장판 톈마오 최고경영자(CEO)의 불륜·부패사건이다. 이는 장 CEO가 자사 플랫폼의 인터넷 스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불륜 의혹에서 시작됐지만 점차 알리바바가 특정인에게 부당하게 이익을 줬다는 부패사건으로 번졌다. 전날 알리바바는 장 CEO에 대한 내부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알리바바 설립자인 마윈 전 회장도 공산당원이다. 이달 들어 웨이팡 바이두 부총재도 부정부패 혐의로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이 외에 최근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장즈난 푸젠성 부성장(차관급)이 엄중한 당 기율 위반과 위법 혐의로 낙마한 후 조사를 받았고 이어 19일에는 쑨리쥔 공안국 부부장(차관급)이 위법 혐의로 옷을 벗었다. 다만 이러한 솎아내기 작업의 목적이 다른 파벌 제거라는 시각도 있다. 베이징의 한 경제소식통은 “중국에서 경제난에 대한 불만을 관료나 기업의 부패 책임으로 돌리는 사례는 지금까지 줄곧 이어져왔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사정작업 확대와 함께 성장률에 대한 중국인들의 기대치를 낮추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날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성쑹청 인민은행 참사(고문)는 “올해 성장률 3%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2·4분기부터 경제가 안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올해 전망치를 1.2%로 내린 상태에서 이런 수치도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여전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부실 대응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는 점은 중국 경제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주리주는 21일 중국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주 지방법원에 냈다. 앞서 미국 민간단체가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제 미국 정부 차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대중 인식도 조사에서도 ‘중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무려 66%를 차지했다. 퓨리서치센터 측은 “무역전쟁과 코로나19로 양국 간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미국인의 부정적 인식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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