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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리더는 전체를 끌고 가야 한다

<122> 지도자의 역할

전 연세대 교수

사회구성원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비전 제시하는 것이 리더의 임무

국가지도자, 정책 짜고 집행할 땐

중산층 행복지수 증진 맞춰 수립을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국내 한 기업체에서 있었던 일이다. 교육 담당 임직원의 고민은 당연히 어떤 주제로 어떤 분을 모실까로 좁혀진다.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가 한 직원이 말했다. “우리 회사 이름에 별이 들어가 있는데 우리 임원들이 별에 대해서 모른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국내 최고의 전문가에게 별에 관한 특강을 부탁하면 어떨까요.” 다들 동의했다. 회사 이름에 별이 들어가 있는데 임원들이 별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어색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국내 최고의 대학에서 별에 관한 최고 권위를 가진 교수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참에 제대로 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세 번의 특강을 부탁한다. 첫 번째 강의가 시작됐다. 과연 그 교수는 명성에 걸맞게 휘황찬란한 발표를 준비해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청중들이 한명 두명 조는 것이 아닌가. 하품을 하느라고 입을 살짝 가리는 사람,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졸고 있는 사람 등등. 강연이 오전 7시3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것이라 살짝 수면 부족 현상이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좀 심했다.



첫 번째 강연이 끝난 뒤 설문조사에서 나온 반응은 강의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다. 우선 전문용어가 너무 많이 사용됐다. 별 사진도 너무 많아 뭐가 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목소리가 너무 편안하고 천편일률적이어서 강조점을 찾기도 힘들었다. 강연 메시지와 메타 메시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교육 담당자는 할 수 없이 교수를 찾아갔다. “교수님, 이런 말씀 드리기 송구스럽지만 두 번째 강의에서는 좀 쉽게 강의를 해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그랬더니 그 교수가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저도 강의 수준을 놓고 고민하다가 대학원 레벨은 너무 높을 것 같아 학부 3학년 전공 수업에 맞췄습니다. 이번에는 좀 쉽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 강의가 시작됐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역시 청중들이 졸기 시작한다. 난이도 조절에 또 실패한 것이다. 결국 세 번째 강의는 취소됐다. 교수 왈 “두 번째 강의는 학부 1학년 교양 수업 수준에 맞췄는데 그것도 어렵다고 하니 나는 더 이상 쉽게 강연할 수 없습니다.” 리더는 자신의 수준을 잘 파악해야 한다.

국내 한 명문대학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무리 우수한 학생들만이 들어 오는 곳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다시 상중하로 나뉘게 마련이다. 교수의 고민은 어느 수준에 맞춰 강의할 것인가이다. 상급에 맞추면 중하급 학생은 수업 시간에 넋이 나간다. 그렇다고 하급에 맞추면 상중급이 졸고 중급에 맞추면 상하급이 똑같이 딴짓한다. 그래서 어떤 교수는 이런 식으로 했다. 수업을 중간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진행한다. 그러면 중급학생들이 긴장하면서 수업 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잘 알아들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도전하려는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급 학생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가만히 내버려두면 수업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급학생들을 튜터로 붙여준다. 상급학생에 대한 평가는 자신들의 도움이 얼마나 유효했는가에 달려 있다. 상급학생들이 착취만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지 않다. 자신이 가장 잘 배우는 방법은 남을 가르치기 위해 준비할 때다. 이뿐만 아니라 남을 돕는다는 생각에 뿌듯해한다. 리더는 각자에게 맞는 역할을 잘 부여해야 한다.



국가지도자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류층과 엘리트 계층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곤란하다. 그들을 사회의 암적 존재인 것처럼 몰아붙이면 포퓰리즘에는 성공할지 몰라도 사회통합에는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그들이 사회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국가지도자는 건전한 중산층의 행복지수가 증진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수긍할 수밖에 없는 사회 전체의 일반의지를 비전으로 제시하는 것이 리더의 의무다.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성향·취미·배경을 가진 사람과 같이 지내기를 원한다. 편해서 그렇다. 그러나 리더는 전체를 끌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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