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원대 환매중단을 빚은 ‘라임 사태’의 주범인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체포됐다. 또 이 부사장의 핵심 동업자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팀장도 붙잡혔다. 이에 라임 사태 경위와 더불어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번주 말 내에 결정될 예정이다.
24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조상원 부장검사)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부터 이 부사장과 심 전 팀장의 신병을 인계받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서 일어난 800억원대 횡령 사건에 연루돼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자 잠적했다. 이후 5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다.
전날 밤 경기남부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이 두 사람과 김 회장을 체포했다. 경기남부청 지수대는 김 회장이 지난해 1월 수원여객에서 일으킨 162억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었다. 경찰은 한 달 전 검거전담반을 구성해 저인망식으로 김 회장 주변 인물들을 탐문한 끝에 소재 파악에 성공, 검거했다. 이때 김 회장과 같이 은신해 있던 이 부사장과 심 전 팀장도 체포하는 성과를 올렸다. 경기남부청 지수대는 이날 오전9시45분께 김 회장을 데려와 조사를 진행했다.
수사당국은 이르면 24일이나 25일 이들 세 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따라서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늦어도 일요일 자정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됐던데다 수개월간 잠적해온 탓에 신병 확보는 기정사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앞으로 이들에 대해 정관계 로비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사장과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라임 의혹이 불거진 후 이를 수습하기 위해 구명활동을 시도해왔다고 한다. 당시 이들의 행적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 매일 모여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며 “정치권에 줄을 대기 위한 노력도 꾸준했다”고 했다.
특히 김 회장이 라임을 살리기 위해 상조회 인수 과정 등에서 벌인 로비 대상에 대해서도 수사력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김 회장은 한 핵심관계자에게 “로비를 죽기 살기로 모든 것을 다 걸고 했다”며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다른 사람은 해결 못 할 문제를 감동적으로 해결해줬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지점센터장은 한 라임 투자자와의 대화 녹취록에서 “로비할 때 어마무시하게 (돈을) 써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 회장의 고향 친구인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벌인 로비 의혹도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행정관은 김 회장을 위해 금융감독원의 라임 사전조사서를 빼돌려주기도 했다. 서울경제 취재 결과 이 전 부사장은 이 사전조사서를 증권사 직원과 라임 전 직원 등 측근들에게 보여주고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이나 청와대 윗선의 개입 여부를 밝히는 것이 관건이다. 검찰은 금감원은 물론 금융위원회까지도 압수수색을 마친 상태다. [관련 기사 ▶[단독] 靑 전 행정관 “BH 업무에 필요” 요청…사전 조사서 유출]
다만 김 회장은 경찰에서 수원여객 횡령 사건으로 먼저 조사받은 다음 검찰 송치 전후로 라임과 관련한 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원여객 횡령 사건은 라임과 합작해 수원여객 탈취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김 회장에게 30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가 돌려주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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