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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자민련 전락' 위기감에...김종인號 닻 올리는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수락

중도 개혁·대선후보 키우기 역할

金 '외부인사 영입' 의지 피력도

기한·권한 놓고 당내 반발 여전

24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21대 국회, 어떻게 해야 하나 정치토론회’에서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개회사를 듣고 있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인 미래통합당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했다./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킹메이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게 당 쇄신을 일임했다. 총선이 끝난 지 10일도 안돼서 나온 결론이다. 그만큼 지난 4·15 총선의 결과가 통합당에게는 충격이었다.

통합당은 지역구 253석 가운데 84석에서 승리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이 가운데 56석(부산 15·대구 11·울산 5·경북 13·경남 12)이 소위 당내에서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평가를 받는 텃밭 영남권이다. 서울 49곳 가운데 8석, 경기 51석 가운데 7석, 인천 11석 가운데 1석에 그쳐 중도층이 상당한 수도권에서 참패했다. 당내에서는 과거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인 자유민주연합을 빗대어 통합당이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했다는 자조도 나왔다.

결국 심재철 원대대표 겸 당 권한대행이 나서 22일 현직의원과 당선인 140여 명에 의견을 묻고 김종인 비대위에 당의 운명을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김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전까지가 임기인 비대위를 두고 ‘무기한’ 전권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지만 이날 “1년보다 짧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비대위는 28일 전국위원회를 거쳐 출범할 예정이다. 비대위 기한이 1년 이면 내년 4월 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 전까지다.

비대위가 출범하면 김 전 위원장은 사실상 당 대표, 비대위원은 당 최고 결정기구인 최고위원의 역할을 한다. 김 전 위원장이 인사권과 당내 기구 구성권을 가진다.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비대위와 관련해 “결국은 대선을 치를 준비단계까지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는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 11개월 전이다. 1년간 김 전 위원장이 당 쇄신을 통해 대선후보를 키우고 재보궐선거에서 당의 가치를 인정받아 수권 정당으로 인정받는 단계까지 당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김 전 위원장이 중진 중심의 당 지도부를 세대 교체하고 당의 지향점을 불필요한 이념 논쟁 대신 중도와 개혁, 실용으로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전 위원장의 상징이 ‘중도’와 ‘경제민주화’이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통합을 어떻게 새롭게 만드느냐가 전제가 된다”고 말했다. 외부 인사 영입에 대해서는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21대 국회에 입성할 초재선 의원들이 대거 지지했다. 이들과 외부 혁신인사가 비대위에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한 초선 의원은 “반문연대와 같은 싸움은 그만해야 한다”며 “여당과 협조할 것은 하고 아닌 것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의 중심인 중진들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탄핵의 강’을 건너며 당을 지킨 다선 중진들의 2선 후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유승민 의원은 물론 김태흠, 김영우, 조경태 의원 등 중진들이 김종인 비대위에 불편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조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무리한 권한을 요구하지 말고 전당대회에 출마하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쇄신도 전에 중진들이 5월 초 원내대표, 내년 4월 당 대표를 염두에 두고 당권을 위한 이합집산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비대위가 새 원내대표와 잡음을 낸다면 당 쇄신은 시작부터 삐걱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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