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뿔났다. 긴급재난지원금 문제를 두고 ‘여당 트집 잡기’에 골몰하고 있는 김재원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썩은 미소는 그렇다치고 국민을 불모로 화풀이 하면 안 된다”며 여권 인사들이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김재원 예결위원장 정신 차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1차 추경 때는 규모도 훨씬 크고 대구경북 몫을 챙겨야 할 아주 중요한 시점임에도 경선을 이유로 사회봉도 던져 버리고 관심을 보이지 않던 태도와는 전혀 다르다”고 꼬집었다.
이는 김 의원이 1주일 동안 갖은 이유를 들어 여당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막아선 것에 대한 비판이다. 김 의원은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총선 전 내건 ‘재난지원금 전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 약속을 지난 21일 뒤집고 “소비력이 충분한 소득 상위 30%의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주기 위해서 나라 빚까지 내는 것은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나름대로 합리성을 갖추고 예산을 편성해서 제출한 것이라고 확인하고 있다. 하루빨리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출한 추경안을 반드시 처리할 수 있도록 여당이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을 여당에 넘겼다. 민주당이 정부와 합의하라고 주문한 셈이다.
이에 민주당이 정부와 협의해 ‘고소득자 기부’를 전제로 한 전국민 지급으로 뜻을 모으자 김 의원은 또다시 “정부 운영을 시민단체 운영하듯이 하는 것 아니냐”며 비아냥거렸다. 그는 “무슨 비상시국이다 해서 헌법과 법률에서 한 번도 상정하지 않은 그런 방식으로 운영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다시 11조2,000억 규모의 긴급재난지원금 확대안을 만들어서 국회에 24일 제출했다. 김 의원은 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기부금 관련 특별법을 만들어서 제출해야 예산심사에 들어갈 수 있다”며 “지방비 재정이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서도 지자체장이 지방비를 부담하겠다는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절차가 선행되면 곧바로 예산 심사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의원이 번번이 여당과 정부의 발목을 잡고 나서자 끝내 민주당도 폭발한 것이다. 홍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김 의원을 겨냥해 “국회 진입 실패 한풀이로 보인다. 제발 더 이상 몽니 부리지 말기 바란다. 더 계속하면 추태가 된다”고 호통쳤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김재원 미래통합당 예결위원장이 ‘지방정부 매칭참여 확인’을 들고 나오는 것은 여전히 민의에 반하여 전국민 지급에 발목잡기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통합당이 70% 지급 고수, 국채발행 반대로 발목을 잡더니 이제는 공연히 지방정부까지 끌어들여 국정을 방해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이간효과까지 노리는 모양”이라며 “얼마 남지도 않은 20대 국회의원 임기동안이나마 있을 때 잘 하라는 말을 통합당에 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해 8월 추가경정예산안 논의 중 음주를 하며 논란을 빚은 적 있다. 강원 산불과 포항 지진피해 지원 예산 등 민생 현안은 물론, 일본 수출 규제 대응 예산이 포함된 시급한 상황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이었다. 밤 8시께 예결위 회의를 나온 후 3시간 가량이 지난 11시께 국회에 나타난 김 의원은 술 냄새를 풍기며 돌아와 빈축을 샀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자신의 지역구였던 경북 의성에서 열린 의정 보고회에서 “XX파출소 지어주게 됐는데 마찬가지로 경찰관이 요구를 많이 해서 파출소를 지어주는데…”라며 “주민들 음주운전 대리운전도 해주고 경찰관들이 그래야 되는데 음주 단속이나 하고 이러면 안 되지 않냐. 경찰관들이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