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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의 '재건축 리츠'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대우건설, 반포 재건축 수주전서 리츠 카드 꺼내

주택시장 강자 삼성물산에 대적하기 위해

사모리츠 설립 후 공모상장리츠로 전환 계획

분양가상한제 회피 수단이라는 비판 나와

로또 아파트 문제 개선할 대안이라는 평가도

주택 사업, B2C에서 B2B로 가능해져

오피스·리테일 위주 리츠 다변화도

강남 우량 임대주택에 투자할 기회 제공

서울 서초구 반포1단지 3주구 전경 /사진=서울경제DB




대우건설이 서울 서초구 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들고 나온 ‘리츠(REITs)’ 카드가 부동산업계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며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문제로 꼽히는 ‘로또 아파트’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한 현재 오피스와 리테일 위주인 리츠 상품의 다변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에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지만 대우건설은 재건축 리츠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 수주전을 계기로 향후 재건축 리츠 사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의 절대 강자 ‘삼성물산’에 맞서는 대우건설 카드=논란이 뻔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이 리츠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강남 아파트 재건축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꼽히는 삼성물산에 대적하기 위함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몇 년간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이었으나 최근 다시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삼성물산이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 참여한 것은 5년 전인 2015년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마지막이었나 최근 다시 재건축 사업에 뛰어들면서 지난 23일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수년째 아파트 브랜드파워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래미안’을 앞세운 삼성물산은 강남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반포에서도 래미안 퍼스티지와 래미안 원베일리, 그리고 이번에 수주한 신반포 15차로 래미안 타운을 형성하게 됐다.

이 같은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물산에 대적하기 위해 대우건설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리츠다. 대우건설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12월 설립한 리츠 자산관리회( AMC)인 투게더투자운용을 통해 ‘재건축 리츠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일반분양분 주택을 리츠를 활용해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한 시행사 대표는 “절대강자인 삼성물산이 5년 만에 재건축 수주전에 참여하면서 대우건설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삼성물산의 브랜드파워는 막강한 반면 대우건설은 다소 힘이 떨어지기 때문에 리츠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리츠뿐만 아니라 ‘트릴리언트’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제안하기도 했다.

◇대우건설, “법률적 검토 마쳐”…사모리츠 설립 후 공모상장리츠로 전환=대우건설이 밝힌 재건축 리츠 사업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서울시로부터 사업계획만 재승인받으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대우건설도 보도자료에서 “재건축 리츠 사업과 관련된 관계 법령 검토는 이미 마쳤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취지에 부합할 수 있고 재건축 조합과 일반인 모두에게 적정한 이익을 배분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로 성장시킬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법률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요 사안 중 하나가 민감임대특별법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에서는 재건축 조합이 임대 사업자에게 주택을 매각할 수 없다는 규정이지만 리츠는 조합이 직접 임대 사업자가 되고 현물출자를 하기 때문에 주택 매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우건설의 주장이다.

이에 대우건설과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투게더자산운용은 우선 준공 후 조합의 일반분양분을 감정평가금액으로 리츠에 현물출차 해 사모리츠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경우 주식 분산과 사모리츠 주주 제한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임대주택은 예외다. 리츠의 경우 주주 1인이 리츠 주식의 50%를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고, 사모리츠의 경우 49인 이하로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지만 과거 뉴스테이(현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부투법에 임대주택은 예외라는 조항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설립하는 재건축 리츠의 주주를 조합으로 보든 조합원 각각으로 해석하든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사모리츠 설립 후에는 구주 매출이나 신주 발행 등을 통해 공모상장리츠로 전환해 조합원이나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수년간 리츠 도입 근거인 부동산투자회사법에 자문해 온 한 변호사도 “조합이 동의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법적으로는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역시 정책 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조만간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에서 리츠 업무를 맡고 있는 부동산산업과와 정비사업 업무를 맡고 있는 주택정비과 등을 만나 구체적인 사업 구조를 설명하고 정책 당국을 설득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재건축 리츠 사업 구조 /자료=대우건설






◇분양가상한제 회피 수단 vs‘로또 아파트’ 문제 개선할 대안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대우건설의 재건축 리츠 사업을 보는 시각은 팽팽하게 엇갈린다. 실제 대우건설이 재건축 리츠 사업 추진 계획을 밝히자마자 시장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현재 강남을 비롯한 주요 재건축 사업에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일반분양 물량 346가구를 분양하지 않고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통매각하는 방안을 시도하기도 했다. 대우건설의 재건축 리츠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도 단호하다. 서울시는 “현행 주택공급질서를 무너뜨리는 불공정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주택 분양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최근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는 로또 아파트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분양가를 낮추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강남 노른자 땅에 공급되는 아파트가 일부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분양가 상한제를 완화하자니 주택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정책 당국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차피 재건축 사업에서는 일반분양 물량 중에서 최소 30% 이상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사업자가 최소 기준보다 더 많은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데 서울시에서 반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또한 대우건설의 재건축 리츠 사업은 달리 보면 로또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주택 사업 구조 다양화·리츠 상품 다변화 계기, 개인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이번에 대우건설이 재건축 리츠 사업을 제안하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재건축 리츠 사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우선 재건축 리츠 사업이 도입되면 앞으로 다양한 구조의 주택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현재 아파트 개발 사업은 일반분양이라는 B2C 구조를 통해 사업비를 조달하고 있다”며 “재건축 사업에 리츠가 적용될 수 있다면 앞으로 B2B 구조의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보다 주택 시장에서 보다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역시 “꼭 반포 3주구만 보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며 “재건축 리츠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츠 업계의 기대감도 높다. 김관영 제이알투자운용 대표는 “조합원들에게 상품을 이해시키는 게 쉽지 않겠지만 성공한다면 리츠 시장에 굉장히 좋은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리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대형 마스턴투자운용 대표도 “리츠 시장 확대 및 상품 다변화에 중요한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개인투자자들에게 다양한 공모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사 한 연구원도 ”은마아파트에 일반인이 소액투자하는 개념과 비슷하다”며 “시장 확대 차원에서 보면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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