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치료에 ‘살균제 인체 주입’ 방법을 활용해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능을 극찬해온데 이어 또다시 비(非)과학적인 언급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현지 당국자와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코로나 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는 방법 같은 건 없을까. 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는 ‘돌발 발언’을 했다. 표백제가 침 속에 들어있는 바이러스를 5분 안에 죽였고, 살균제는 이보다 더 빨리 바이러스를 잡아냈다는 연구 결과를 듣고 그가 내놓은 반응이다.
이 같은 발언이 공개돼 SNS 등을 타고 확산하면서 ‘대통령이 엄중한 코로나 19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 없이 충동적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같은 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트윗을 통해 살균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해선 안된다는 ‘경고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 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미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이후 즉각 ‘말라리아 예방·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에 대해 심각한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며 병원이나 임상 시험에서만 쓰여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에 나섰다. FDA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처방한 코로나19 환자에게서 심각한 심장 박동 문제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들에 대해 미국 정치권, 특히 야당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위터에 “나는 내가 이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제발 표백제를 마시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주간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사람들에게 라이솔을 폐에 주입하라고 한다”며 “과학을 믿지 않는 것이 그들의 접근법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학이 결여된다면 우리는 매우 성공적인 경로를 밟을 수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TV에 돌팔이 약장수가 나온 것 같다. 그는 폐에 살균제를 주입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언론도 비판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살균제 발언’이 의학 전문가 등을 경악하게 만들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의학계 등에서는 당장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황당무계 발언”,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CNN방송은 ‘트럼프, 위험한 코로나바이러스 치료법을 퍼트리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기 와서 도널드 트럼프의 서부 개척시대식 떠돌이 약장수 쇼를 봐라”고 비꼬았다.
파문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살균제 주입 발언은) 당신 같은 기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비꼬는 투로 질문한 것”이라고 번복하며 해명에 나섰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