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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나타나자 "다시 감방가라, 왜 광주서 재판을" 시민단체 충돌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27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27일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로 출발했다. 지난해 3월 11일 피고인으로 광주지법에 출석한 지 1년여만이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25분경 부인 이순자(82)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정문에 마련된 검은색 세단 차량을 타고 광주로 향했다. 전씨는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목격 여부를 두고 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짙은 감색 양복과 중절모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자택 밖으로 걸어 나온 그는 부인 이순자 씨의 팔을 잡은 채 자택 계단을 내려왔다. 전씨는 말없이 승용차에 올랐고, 차량은 바로 출발했다.

전씨는 지난해 3월 11일 인정신문을 위해 한차례 재판에 출석한 이후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새롭게 바뀐 재판부는 지난 6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전씨의 재판 불출석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전씨 측은 출석 의사를 밝히고 부인 이순자 씨를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 동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했다.

전씨의 자택 앞에는 오전 7시께부터 여러 시민단체 회원들과 취재진 100여명이 모였다. 오전 7시 30분이 지나자 전씨 자택 인근에 있던 5·18 정신을 지키는 민주시민들, 5·18 구속부상자회 등은 집회를 열고 “전두환, 무릎 꿇고 대국민 사과하라”, “다시 감방 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거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반면 지지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보수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근처에서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 “전 대통령이 왜 광주에 가서 재판을 받아야 하느냐”, “광주에서 재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공정한 재판이 아니다”고 외치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날 경찰은 자택 주변에 폴리스 라인을 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양측 간 별다른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자택으로 향하는 골목과 자택 정문 앞에서 신원 확인을 거친 기자 및 집회 참가자들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일대를 철저히 통제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라며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2018년 5월 3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의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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