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황 교수팀은 절제수술이 불가능한 국소진행형 췌장암 환자 9명에 대한 1상 임상시험 연구결과를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지인 ‘위장내시경’(Gastrointestinal Endoscopy)에 발표했다.
황 교수팀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약 2년 동안 절제수술이 불가능한 국소진행형 췌장암 환자 9명을 대상으로 유전자치료제의 안전성 및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유전자치료는 1단계로 암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효소(사이토신 디아미나아제, 티로신 인산화효소)를 만들 수 있는 유전자를 탑재한 ‘유전자재조합 아데노바이러스’를 초음파 내시경을 이용해 췌장암 부위에 투여한다. 이 유전자치료제는 정상 세포에서는 아데노바이러스가 소멸하고, 췌장암 세포에서만 증식하도록 설계됐다. 아데노바이러스는 감기와 같은 가벼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인데 문제를 일으키는 부위를 없앤 뒤 유전자치료제의 운반체로 널리 쓰인다.
2단계로 환자가 복용하면 유전자치료제 투여로 췌장암 세포에서 증식한 암 치료 효소와 만나 암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항암작용을 한다.
황 교수팀이 9명의 췌장암 환자에게 새 치료를 했더니 12주째까지 의미있는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치료 8주 후 독성평가에서도 2명의 환자가 약한 단계의 발열 반응을 나타냈을 뿐 중대한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치료 12주째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9명 모두 췌장암이 진행되지 않았다. 암이 진행하지 않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은 ‘무진행 생존기간’의 중앙값은 11.4개월이었다.
황 교수는 “국내에서 단독으로 수행된 췌장암 1상 임상연구를 통해 새로운 유전자 치료의 안전성과 가능성, 특히 췌장암에 직접 유전자를 투여해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유전자 치료가 췌장암 진행을 늦출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2.2%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나빠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명적인 암이다. 특히 주변 림프절과 혈관까지 암세포가 침범한 국소진행형 췌장암은 수술이 어렵고 항암치료도 내성이 생겨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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