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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정으로 넘어간 '임수경 밀입북' 기밀문서 비공개

외교부 '정보공개' 거부 통보에

한변, 24일 행정법원에 소송제기

임종석 주도 89년 평양축전 참가

국민 관심사지만 기밀해제 안돼

1989년 6월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한 임수경 전 의원. /연합뉴스




외교부가 30년이 지났는데도 해제하지 않은 임수경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1989년도 밀입북 관련 기밀문서 공개 여부가 결국 법의 판단을 받게 됐다. 임 전 의원의 밀입북 사건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건이다.

27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태훈 회장은 서울경제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지난 24일 법원에 임 전 의원 방북 관련 기밀문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외교부를 상대로 낸 이 소송은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돼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보수 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한변은 앞서 지난 1일 ‘외교부는 임수경 방북과 관련된 모든 기밀문서를 공개하라’는 성명을 내고 바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당시 한변은 “국내 언론 보도 등 이미 다양한 형태로 알려진 사실이 담긴 외교문서조차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외교부 당국자가 비공개 이유로 든 이유는 정보공개법 제9조가 규정하는 ‘정보비공개’의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지난 14일 이를 거부하고 비공개 결정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결정 통지서를 한변에 보냈다. ‘임수경 밀입북 기밀문서’ 비공개 조치를 결정하는 과정엔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었다는 이유였다.

한변은 이에 불복해 열흘 뒤 소송을 냈다. 결국 외교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연유로 해당 결정을 내렸는지는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게 됐다.

임종석(오른쪽)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대협 의장 시절 전문환씨와 임수경 밀입북 사건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1989년도 문서를 중심으로 총 1,577권(24만여 쪽)의 외교문서를 원문 해제와 함께 국민에게 공개하면서 ‘임수경 밀입북 기밀문서’는 비공개로 남겨뒀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마련된 ‘연례 외교문서공개제도’ 시행에 따라 지난 1994년부터 30년이 지난 기밀문서는 매년 공개하는 게 원칙이지만 해당 문서는 예외로 분류한 것이다.

임 전 의원과 관련된 외교문서는 160쪽가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외교부 당국자는 “문서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겠고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실제로는 적잖은 분량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외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임 전 의원은 1989년 6월30일부터 8월15일까지 평양에서 열렸던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참석했다. 서울에서 일본 도쿄까지 관광 목적으로 출국해 독일 서베를린·동베를린, 러시아 모스크바 등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갔다. 이 사건은 당시 전대협 3기 의장이었던 임종석 전 실장 등이 기획·주도한 사건이다.

1989년 6월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한 임수경 전 의원. /연합뉴스


임 전 의원은 당돌한 옷차림과 행동으로 북한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것으로 회자된다. 북한에서는 한 동안 그를 ‘통일의 꽃’으로 부르기도 했다. 당시 임 전 의원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각종 외교 활동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의원이 누구의 도움을 받아 어떤 루트로 북한에 갔는지, 지나간 곳마다 어떤 행적을 남겼는지는 당대부터 국민적 관심사였다.

그는 8월15일 판문점을 통해 귀국한 직후 체포됐다. 임 전 의원의 밀입북을 주도한 임 전 실장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임 전 실장은 이후 3년6개월 간 실형을 살고 가석방됐다.

임수경 전 의원은 이후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2000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성동을에서 당선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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