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나오는 것만으로는 상황이 끝나는 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스콧 고틀립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백신 측면에서의 민족주의, 즉 국가 간 대결 및 갈등 심화 가능성을 제기했는데요.
핵심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여러 회사들의 국제협력에도 초기 백신 물량은 제한될 것이며 해당 국가는 자국 인구의 대부분을 우선 접종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어 백신이 전 세계에 도움이 될 만큼 충분하게 생산되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게 고틀립 박사의 진단입니다.
물론 우호국에는 조금 일찍 줄 수도 있겠지요. 현재 중국은 내년에 광범위하게 쓸 수 있는 백신을 가질 수 있다고 하고 있고 유럽도 개발에 진척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틀립 전 국장은 “미국은 중국의 백신에 의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빠르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인 유럽도 그렇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로 미중 간 갈등이 갈수록 더 첨예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백신을 먼저 내놓게 된다면 당연히 자국에 먼저 쓰겠지요. 미국이 이를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고 양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겠지요. 코로나19 이후 세계의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백신에서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고틀립 전 국장은 “미국이 백신 개발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현재 70개가 넘는 기업과 연구팀이 코로나 백신을 연구 중인데 이중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경험을 갖춘 곳은 20개가 안 되며 이중 주로 미국에서 개발을 하는 곳은 5~6개밖에 안 된다는 게 그의 분석입니다. 그러면서 미국 업체라도 해외에서 개발이 이뤄질 경우 해당국 가가 먼저 백신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미 경제방송 CNBC도 이날 고틀립 박사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백신 내셔널리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이르면 1년 내 코로나19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백신의 대량 생산이 시작되더라도 이번에는 그것의 분배를 두고 갈등이 커질 듯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디쯤 있게 될까요.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