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중도·개혁 성향의 원로 정치인인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당 쇄신을 위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택했다. 통합당 전국위원 300여명은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선거 참패 13일 만에 외부 인사에게 당의 운명을 맡겼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이날 의결된 비대위가 4개월 한시 조직 형태로 출범하자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 등 통합당 지도부가 김 전 위원장의 자택을 방문해 심야 회동에 나섰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 수락 의사를 끝내 밝히지 않아 결과가 주목된다.
통합당은 2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통합당은 1년 2개월여의 황교안 대표 체제가 끝나고 다시 비대위가 지도부를 대신하게 된다. 통합당이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가장 큰 패배를 당한 지 13일 만의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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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는 지난 2주간 자중지란 끝에 당원들이 내린 결론이다. 총선 참패 직후 김종인 비대위가 거론됐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중진들은 “또 외부인사에게 당 쇄신을 맡기느냐”며 집단 반발했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5선에 오른 조경태 의원, 3선 김태흠 의원, 조해진 의원, 유의동 의원이 대표적이다. 반면 5선 정진석 의원 등은 당을 중도로 끌어오기 위해 김종인 비대위를 옹호했고 심 권한대행은 물론 최고위도 동조했다. 잡음이 지속되자 27일 3선 중진 회의를 열고 21대 총선 당선자 총회에 결론을 맡겼다. 이날 오전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총선 당선자들은 세 시간의 논의에도 김종인 비대위를 추인하지 못하고 전국위에 공을 넘겼다. 정원 639명 가운데 330여명이 모여 열린 전국위는 찬반 격론 끝에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이 전국위 의결이 끝나자마자 최측근을 통해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다시 내홍이 확산됐다. 당헌상 비대위원장은 전국위 의결 이후 당 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하고 지명자가 이를 수락해야 한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거부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가 넉 달간의 한시 조직’으로 끝날 수 있어서다. 이에 심 권한대행과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8시30분께 서울 종로구의 김 전 위원장 자택을 방문해 김 전 위원장과 30여분간 심야 회동을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자택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수락 의사 표시도 없었고 거절 의사 표시를 한 것도 없었다”며 “내일이라도 최고위를 열어 의논해서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경우·김혜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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