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통합’이 적용되는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인 오는 2022학년도부터 전국 4년제 대학의 70~80%에서 고교 이과 수학·과학 과목의 학습 없이도 이과계열 학과·학부에 입학할 수 있게 된다. 서울 16개 대학 중 9개 대학이 정시 수능 모집 비율이 40% 이상으로 확대되는 등 수능 우대 정책도 확대된다. 교육계에서는 주요 대학 입학을 위한 이과형 수·과학 교육과 수능 대비를 위해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로의 쏠림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9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런 내용의 ‘2022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대 등 서울 주요권 대학을 포함한 56개 학교는 2022학년도 수능에서 이과 모집 단위에 한해 미적분·기하 등 이과 수학과목을 지정했다. 62개 학교는 이과 모집단위에 과학탐구 과목을 지정했다. 이들 학교를 제외한 전국 70~80% 가량의 4년제 대학에서는 문과형 수학인 확률통계나 사회탐구 과목으로 수능 시험을 치러도 이과 모집 단위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과학중점학교나 지역거점 일부 일반고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반고 교실에서 제대로 된 이과 수과학 교육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교육계는 보고 있다. 해당 학교에 진학하려면 전 과목 기준으로 약 10%대의 내신 성적이 요구되는데 이를 제외한 상당수의 학생들은 이과 진학을 원하더라도 힘들게 이과 수과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서울권 16개 대학의 수능 비중이 평균 37.9%로 크게 오른다. 건국대·고려대 ·동국대 ·서강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연세대·한국외대·한양대 등 9개 학교는 2022학년도부터 수능 모집 비중을 40% 이상으로 두기로 했다. 교육부가 2023학년도까지 이들 대학에 수능 모집 비중을 40% 이상으로 둘 것을 권고하고 2022학년도에 조기 확대를 유도하기로 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2021학년도 수능 모집 비중이 18.4%에 불과했던 고려대는 한 해 만에 21.7%포인트나 모집 비율을 상향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30.1%로 8.2%포인트 올린다. 수도권 대학의 수능 모집 비중이 32.3%로 상향되고,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수능 비중도 전년도 23.5%에서 37.1%로 급상승하며 2010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수능 위주 정책이 두드러지게 됐다.
이렇게 되면 결국 특목고와 자사고 쏠림현상을 막기 힘들 수 있다는 게 교육계의 관측이다. 서울대는 2022학년도에 물리Ⅱ·화학Ⅱ·지구과학Ⅱ·생명과학Ⅱ 등 진로과목 이수가 전제된 교과목 이수에 따른 가산점 부여 방안을 결정한 바 있지만 대다수 고교에서는 과학Ⅱ 과목의 선택자가 극히 드물어 효율적 학습 및 내신 성적 산출 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시 준비에 치중하는 일반고와는 달리 이들 학교는 수능 대비에 더 유리한 점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평가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