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29일 오후1시32분께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금까지 피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채 연락이 끊긴 작업자는 더 있는 것으로 파악돼 피해 규모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철골과 샌드위치 패널로 이루어진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로 연면적은 1만1,043㎡이다. 물류창고로 지어질 이 건물은 막바지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지하 2층에서 우레탄 작업을 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불길이 솟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에서 시작된 불이 지상 4층 건물 전체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이날 작업에 투입된 작업자들은 모두 9개 업체 78명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상당수는 지하 2층에서 작업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희생자들은 대체로 냉동 창고가 지어질 예정이던 지하 2층에서 스프레이로 된 우레탄 폼을 뿌리는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레탄 폼 스프레이를 사용하면 가연성의 유증기가 발생되는데 이는 밀폐된 공간에서 조그만 불티와 만나도 폭발적인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화재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하2층 작업자들은 미처 대피할 틈도 없이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을 타고 불이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희생자들은 사실상 밀폐된 공간에 갇혀서 변을 당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화재 직후 발생한 유독 가스도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지하 2층에서 수차례 폭발음과 함께 시작된 불로 인해 시커먼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피어올랐다. 이 연기는 빠르게 건물 전체로 퍼졌고 작업자들이 많았던 지상층을 덮쳤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상2층에만 18명의 작업자가 숨졌다. 화재 당시 건물 2층에서 타일 작업을 하다 탈출한 한 작업자는 “건물을 향해 맞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창문으로 뿜어져 나오던 검은 연기가 건물 안으로 도로 들어가 피해가 커진 것 같다”고 회상했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 직후 대응 2단계를 발령, 펌프차 등 장비 70여 대와 소방관 등 150여 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서 화재 발생 5시간여 만에 불을 모두 껐다. 화재 규모에 따라 소방당국은 대응 1∼3단계를 발령한다. 사망자들은 화재 현장 인근 경기 이천병원 등으로 분산 이송됐다.
연락이 두절된 작업자들을 포함하면 사상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승현 경기 이천소방서장은 “자세한 화재 발생 경위는 국과수나 경찰, 소방이 합동 감식을 통해 밝혀낼 것”이라면서도 “추정컨대 우레탄 작업으로 폭발적인 연소가 일어났고 이로 인한 엄청난 유독가스가 지상으로 분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물 공사장 작업 인부 중 수명 정도가 확실한 동선이나 위치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그 사람들이 추적될 때까지 이 안에 있는 것으로 가정하고 밤샘 수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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