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이냐 개발이냐를 놓고 난항을 겪었던 한남근린공원을 서울시가 자체 비용을 들여 시립공원으로 만든다. 그동안 시와 용산구가 약 3,600억원에 이르는 토지보상비 분담 문제로 협의가 막혀 7월 도시공원일몰제 이후 고급 주택으로 개발될 가능성까지 언급됐지만 결국 서울시가 공원조성을 위해 비용 일체를 부담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29일 서울시와 용산구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한남동 677-1번지 일대 2만8,319㎡ 규모의 한남근린공원 부지를 시립공원으로 조성하기위한 행정절차에 착수했다. 현재는 도시계획시설 사업 실시계획인가를 위한 의견 청취 단계로 5월 초까지 열람과 의견 수렴이 진행되면 이후 사업 시행인가를 내게 된다. 이 경우 7월 1일로 예정돼 있는 도시공원일몰제(장기미집행 공원용지 해제)와 상관없이 공원으로 개발이 추진된다.
한남근린공원은 1940년 조선총독부 고시로 지정된 국내 최초 도시공원이다. 다만 해방 이후 미군 주택용지로 활용되다가 2015년 미군이 나간 이후에는 사실상 방치돼 왔다. 오는 7월 도시공원일몰제가 시행돼 도시공원이 일괄 해제되면 토지주가 이 부지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 부지 소유주는 부영주택이다. 부영은 2014년 1,200억원에 이 부지를 매입했다.
한남근린공원을 계속 공원부지로 묶어두기 위해서는 시와 구가 부영으로부터 공원부지를 매입해야 했다. 서울시는 자치구 공원 보상 원칙에 따라 구와 시가 50% 씩 부담하자는 입장이었는데, 용산구는 짊어질 부담이 1,80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재원마련을 할 수 없다고 봤다. 구 측은 한남근린공원 토지보상비가 2017년 공시지가 기준 3,6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이에 서울시는 별도의 지구단위계획을 적용해 주택개발을 일단 억제하는 방안, 임대주택으로 개발하는 방안 등도 검토했지만 결국 100% 시 예산을 통해 시립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한남근린공원의 역사성과 남산과 한강사이를 잇는 녹지벨트로써 공원의 가치가 높다는 점을 고려했다.
부지 개발 기회를 노렸던 부영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근린공원은 종로·광화문 일대와 강남을 잇는 길목에 있는 데다 한강과도 가까워 주거지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 입지다. 특히 공원부지 바로 옆으로 ‘나인원 한남’, 맞은편으로는 ‘한남 더힐’ 등 국내 최고급 주택이 있는 만큼 개발이 진행될 경우 사업성이 높다. 부영은 개발 추진을 위해 앞서 2015년 공원 설립과 관련 재산권 침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부영 측은 “아직 서울시 측으로 부터 어떤 형태든 연락은 받지 않았다”며 “현 시점에서 토지보상 등을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시는 사업시행인가 이후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이에 따라 토지 보상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공시가격 상승세를 고려할 때 해당 토지 가치가 약 3,800억~4,000억원 수준으로 감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이금액으로 보상이 이뤄질 경우 부영 측은 토지 시세차익으로 2,600억~2,800억원을 쥘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원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목표로 노력을 해왔고 자치구에서 재정여건이 어려워 시의 재정 투입을 결정한 것”이라며 “토지 보상은 5년에 걸쳐 진행하게 된다”고 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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