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난 지 한 달도 안 돼 여야가 상대방의 흠집을 잡아 비판하는 진흙탕 싸움에 돌입했다. 야당은 성추행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고발하며 자체 진상조사에 나선 반면 여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련해 잘못된 전망을 내놓은 미래통합당 당선자들을 21대 국회 대북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배제하고 징계하라며 맞서고 있다. 이달 말 열리는 새 국회에 맞춰 여야가 본격적인 힘 싸움을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합당은 5일 오 전 부산시장을 강제추행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6일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통합당은 사건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부산시청 정무라인 관계자와 부산성폭력상담소 관계자도 공직선거법 위반과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오 전 시장과 함께 고발할 예정이다. 통합당은 지난달 27일 곽상도 의원을 단장으로 진상조사팀을 꾸리고 오 전 시장의 성추행 건과 관련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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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태구민(태영호) 통합당 당선자와 지성호 미래한국당 당선자를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과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대외에 알려 국민적 혼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최근엔 이해찬 대표가 직접 나서 “경솔한 발언이 개탄스럽다”고 했고 남인순 최고위원은 “구태한 허언으로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의원은 이들이 북한 관련 정보를 다루는 국회 정보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힘 싸움이 이제부터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 국회는 민주당 등 범여권이 180석으로, 이론적으로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동의가 필요한 개헌을 제외하고는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다. 통합당 등 범보수진영의 의석수는 103석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상임위원장과 간사직을 두고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진상조사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사태를 알려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선에서 참패한 통합당은 내년 재보궐선거를 재기의 무대로 보고 있어 민주당의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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