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25) 일당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지난달 해당 재판에 대해 ‘일부 비공개’를 시사한 가운데 이에 대한 법조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증거 조사 등의 비공개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는 한편 일각에서는 비공개 재판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현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조씨와 ‘태평양’ 이모(16)군, 사회복무요원 강모(24)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이 재판 비공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어디까지 비공개로 해야 할지 고민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건은 국민의 관심이 높고 기자들의 보도로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으니 모두 비공개로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피해자 측 변호인들이 재판 전체를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해자들의 직업이나 나이, 신상에 관련한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절차 전체를 사건 관계인들만 출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인들 입장과 같이 사건 내용이 상세히 드러나는 재판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판사 출신 신중권 법무법인 거산 대표변호사는 “증거 조사 등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사건 내용이 자세히 노출되는 부분은 비공개로 하는 것이 2차 피해를 막는 데 중요하다”면서 “다만 사건 내용이 아닌 재판 절차를 협의하는 부분은 공개해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한 법무법인 유일 변호사도 “피해자 측이 원했다는 점에서 비공개로 진행돼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며 “성범죄 재판은 모든 내용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 추가 피해를 유발할 수 있어 비공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언론이 피해자 신상과 자세한 피해 상황 묘사를 자제한다는 전제하에 사건 핵심 내용을 포함한 재판 절차가 모두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박사방 사건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만큼 많은 사람이 그 내용과 과정에 주목하는 사건”이라며 “피해자 측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주거나 신원이 드러나는 내용인데 언론이 이를 주의해 보도한다면 공개 재판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재판부가 기자들에게 보도 시 조심할 것을 당부하거나 법원 차원에서 권고를 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측은 기자들에게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 신상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인터넷상에서 피해영상물 캡처 사진이나 판매글이 아직 검색되기 때문에 가명으로 보도하더라도 피해 내용이 구체적이면 피해자의 신원이 특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공대위 측은 피해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나 언급을 자제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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