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투자분석가인 나심 탈레브는 2007년 ‘블랙스완’이라는 책에서 흑조처럼 있을 것 같지 않은 일이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며 증시 대폭락과 금융위기를 예측했다. 예측은 맞았고 그는 ‘월가의 현자’라는 별칭을 얻었다. 금융위기에서 보듯 예측 불가능한 일이 벌어지면 파급 효과는 매우 크다. 이후 9·11테러, 일본 대지진, 그리고 지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블랙스완은 경제뿐 아니라 전쟁·지진·전염병 같은 분야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난다.
코로나19는 박쥐를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져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이 때문에 야생동물을 먹지 못하도록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저장성 푸장현의 한 남성이 인근 호수에서 관상용으로 길러지던 블랙스완을 잡아먹는 일이 발생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환구시보가 보도했다. 블랙스완은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 보호조류로도 등록돼 있다. 현지에서는 제2·제3의 코로나19 사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블랙스완을 잡아먹어 블랙스완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작 두려운 것은 탈레브의 지적처럼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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