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를 중심으로 창궐하면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42일 만에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다.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프로야구가 무관중으로 개막했고 황금연휴를 맞은 공항과 터미널, 대형마트와 놀이공원이 모처럼 북적거렸다.
덕분이다. 헌신적인 노고를 아끼지 않은 의료진이 있었다. 철저한 대응으로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은 방역당국이 있었다. 그리고 이동을 삼가고 마스크를 썼으며 집회의 자유를 잠시 유보했던 성숙한 시민, 우리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코로나19의 종식이 선언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다른 나라의 형편은 심각하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섣부른 경제 재개로 오는 6월 초 하루 사망자가 3,000명대로 급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영국의 사망자는 3만명을 넘어서며 이탈리아까지 제쳤고 가까이 있는 일본은 6일까지였던 긴급사태 기한을 이달 말까지로 연장했다.
우리가 되찾은 소중한 일상이 언제든 다시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느덧 느슨해진 경계심이 길거리와 공공장소에 모인 사람들의 마스크를 절반쯤은 벗게 했다. 코로나19의 국내 발생 건수가 한 자릿수로 떨어졌지만 어디선가 ‘조용한 전파’가 진행 중일 수도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역시 “최근 들어 또한 의심환자 신고와 검사 건수가 감소했다”며 “코로나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진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평범한 삶을 지켜내는 것과 함께 우리는 코로나19의 새로운 유행이나 다른 변종의 감염병에 대비해야 한다. 지난 수개월간의 경험에서 확인된 허점과 한계를 보완한다면 국내 방역시스템으로 K-바이오의 위상은 물론 국격도 높아질 것이다.
우선 원격의료 도입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대구·경북지역에서의 코로나19 유행이 극심했던 3월 말 병상과 의료진 부족에 자택 대기 중인 의심환자만 1,000명이 넘었다. 이때 정부가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잠시 허용했지만 본격적인 도입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이미 세계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구축된 국내에 원격의료 체계가 갖춰진다면 감염병 통제는 물론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인명도 구할 수 있다.
이미 논의가 시작된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도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 지어야 한다. 수개월간 지속된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질병에 대한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조직이 추진력을 갖고 대처해야 감염병을 통제권 속에 둘 수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산하에 머물러 있는 질병관리본부가 상위 기관들의 눈치를 보며 소신을 펴지 못하는 모습 역시 여러 차례 확인됐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질본의 역량을 확인한 만큼 조직의 지위를 높여 어떤 상황에서도 국내 감염병의 컨트롤타워는 이곳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메르스가 유행했던 2015년 여름 국회는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위해 감염병 예방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병원은 끝내 설립되지 못했다. 예산을 핑계로 한 정부 당국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던 것.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복지부의 무책임·무능력·무기력이 메르스 이상으로 무서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중앙·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이 언제 설치될지 지켜볼 일이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26만4,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서운 감염병이다. 게다가 여름이 지난 후 2차 유행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아직 치료제와 백신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코로나19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달라져야 평범한 삶과 소소한 일상을 즐길 수 있다.
그렇게 ‘코로나 블루’를 겪어내고 어렵사리 맞이한 오늘 어버이날, 부모님을 모시고 저녁 한 끼 함께할 동네 식당을 찾아봐야겠다. ju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