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의 한 유흥업소에는 남자 손님을 위한 여성용 원피스가 있었다. 남자 손님이 들어가면 원피스를 입은 여성 종업원들이 방으로 들어가 손님들에게 똑 같은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했다. ‘커플룩’이라는 이유였다. 경찰의 단속이 있었던 2015년 10월 어느 날에도 이 업소에서는 똑 같은 방식으로 영업이 진행 중이었다. 현장에서 손님들은 같은 옷을 입은 종업원들의 몸을 거리낌없이 만지는 등 행동을 하고 있었다. 남성 손님 3명 중 2명은 속옷 없이 원피스만 입고 있었다. 경찰 단속에 적발된 업소 사장 김모씨와 총 관리담당 김모씨는 풍속영업의규제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업소가 남성 손님에게 갈아입을 옷을 제공한 다음 여종업원이 술을 따르고 노래를 부르는 등 접대하며 영업한 게 음란행위일까. 원심과 상고심의 판단이 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이 업소가 음란행위를 알선했다고 최종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김모씨 등 2명의 풍속영업의규제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환송했다고 8일 밝혔다. 원심은 피고인들이 음란행위를 알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 재판부는 영업 방식에 대해 “남자 손님들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함으로써 여종업원들 음란행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편의를 도모한 주선행위로 평가하기 부족함이 없다”고 판시했다. 여성용 원피스로 갈아입고 유흥을 돋우는 자체가 일반적 영업방식으로 보기는 어렵고, 결국 김씨 등이 음란행위를 적극 도모했다는 얘기다. 특히 폐쇄된 방에서 손님들이 속옷까지 벗고 똑 같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는 건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무뎌지게 하고 성적 흥분을 의식적으로 유발하려 했다 볼 여지가 크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손님들이 들어간 지 한 시간도 안 돼 경찰 단속반이 들어갔는데도 이 같은 행위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굳이 피고인들이 추가로 개입할 필요도 없었다고 봤다.
앞서 1심은 이들을 유죄로 판단하고 사장 김씨는 벌금 100만원, 관리담당 김씨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 판결하며 “형사법상 규제 대상으로 할 만큼 노골적으로 성적 부위를 노출하거나 성적 행위를 표현한 것이라거나 그와 동등한 정도의 음란성이 있는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이 적극적으로 음란행위를 알선했다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에 대해 풍속영업규제법에서 정한 음란행위의 알선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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