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술이 발명되기 전까지 세상의 모든 책은 필경사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당연히 똑같은 책이 두 권 이상 존재할 수 없었다. 특히 중세 시대 필사본은 책 자체가 신앙의 산물이자 예술 그 자체였다. 한 글자 한 글자에 정성을 담아 써내려 갔을 뿐 아니라 당대 최고의 채색 기술로 삽화를 그려 넣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왕실과 일부 귀족만 소유할 수 있는 귀하고 값진 물건 대접을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은 그런 필사본 중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12권을 분석한 역작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복음서’, ‘켈스의 서’, ‘성 히에로니무스의 〈이사야〉 주석서’, ‘잔 드 나바르 기도서’ 등이 어떻게 탄생했고, 누구의 손을 거쳐 오늘날까지 남게 됐는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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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크리스퍼 드 하멜은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의 고문서 학자이자 소더비에서 25년간 필사본을 담당한 전문가다. 세계 각지의 박물관과 도서관을 직접 방문해 깊숙한 곳에 보관돼 있던 필사본들을 직접 살펴보고, 일부는 직접 촬영했다.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이 중 200쪽 이상이 컬러 도판인데다 종교와 역사, 음악, 과학 등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덕분에 시간 여행을 하듯 읽을 수 있다. 5만9,800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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