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의 성과로 평가받던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과 동시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흘 연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0’을 이어가며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 안심하던 지난 6일 경기도 용인에서 발생한 확진자 1명은 사흘 새 최소 19명 이상으로 불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 달간 전국 유흥시설에 운영 자제 행정명령을 다시 발동했다. 이번 집단감염은 수도권과 유흥시설, 젊은층 등 코로나19 대유행을 촉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 시설, 연령대에서 발생한 만큼 대구 신천지 못지않은 방역의 중대 고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6일 경기도 용인시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9세 남성 A씨는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서울 이태원 일대 클럽과 주점 5곳에 다녀간 후 2일께 발열·오한·설사 등 증상이 나타났으며 5일 검사를 받아 6일 확진됐다. 이 환자와 함께 이태원 클럽을 찾은 경기 안양시 23번 환자는 무증상 상태로 7일에 확진됐다. 이날에는 A씨 직장동료 1명과 클럽 방문자, 클럽 방문 확진자의 누나 등이 잇따라 ‘양성’ 판정을 받으며 최소 19명까지 늘었다. 이들 중에는 수도권을 벗어나 충북 청주 거주자도 포함됐다.
방역당국은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장소와 시간대로 이태원 킹클럽(2일 0시~3시30분)과 트렁크클럽(1시~1시40분), 클럽퀸(3시30분~3시50분)을 꼽았다. 3개 업소 종업원 73명과 당일 방문자 1,500명 중에 접촉자가 다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문제는 방문자 명단이 실제와 일부 다른데다 접촉자 중 외국인도 많아 적극적인 역학조사와 방역 조치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성소수자들이 주로 찾는 업소들이 포함돼 이들이 공개를 꺼려 드러나지 않을 경우 지역 내 ‘조용한 전파’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클럽 방문자들이 하루 동안 주변 클럽이나 주점 여러 곳을 번갈아가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자칫 당시 이태원 일대에 2차·3차 전파가 반복됐을 수 있어서다.
이에 방역당국은 A씨의 동선과 겹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태원의 다른 술집을 찾은 사람도 의심 증상이 생길 경우 선별진료소를 찾아 진단검사를 받기를 권고했다. 실제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성남시의료원 소속 간호사의 경우 클럽이 아닌 이태원의 한 주점에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일상과 방역의 조화를 이루는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된 지 사흘째인 이날 집단감염은 일부 일상을 다시 5일 이전으로 되돌려놓고 있다. 대부분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종료하는 가운데 A씨가 다니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폐쇄된 게 대표적이다. 다소 불편하고 어렵더라도 생활방역을 제대로 지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는 셈이다.
다만 이번 감염으로 개학이 다시 미뤄지거나 다른 시설까지 운영이 제한되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 한 건으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귀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그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산발적인 소규모 집단감염 사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생활 속 거리두기’가 코로나19의 종식이 아닌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준의 발생을 전제로 한 만큼 당분간은 전파 양상을 면밀히 보며 ‘생활 속 거리두기’가 이어진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낮추며 유흥업소의 운영 재개 시점을 불필요하게 앞당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위험 시설의 방문자 기록 체계 등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여전히 감염병 위기 ‘심각’ 단계임을 고려해 위험도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진혁·우영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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