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끝나가나 했더니만 ‘폭탄’이 제대로 터졌네요.”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이 대거 쏟아져나온 지난 8일 밤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는 마치 ‘유령도시’를 연상케 했다. 평소 같았으면 ‘불금’을 즐기려는 인파들로 북적였을 시간이지만 거리는 고요하고 적막했다. 이번 집단감염의 초기 발병자로 추정되는 경기도 용인 66번 확진자가 이태원의 클럽과 주점 여러 곳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이후 이곳에서 감염된 확진자들이 속출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젊은이들이 즐겨 찾던 이태원 클럽과 라운지 바 일부는 문을 닫았고, 그나마 영업을 하는 일부 업소에서는 손님보다 오히려 직원 수가 더 많았다. 유명 라운지 바의 경우 금요일 밤이면 가게 안은 춤을 추는 손님들로 그야말로 발 디딜 틈도 없었지만 이날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근처의 술집들도 ‘불금’ 대목이 무색할 정도로 대부분 텅 비어있었다. 확진자가 발생한 클럽 인근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속에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사실상 대부분의 클럽이 문을 걸어 잠갔고 거리를 오가는 몇 안되는 이들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용인 확진자가 다녀간 킹클럽 인근에서 바를 운영하는 A씨는 “이달 초 연휴 때는 클럽을 찾는 손님들로 일대 골목이 붐볐는데 지금은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라며 “일대가 유령도시가 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일부 문을 연 업소들은 집단감염을 우려해서인지 정부의 방역지침을 대체로 잘 준수하고 있었다. 입장 전 신분증 확인과 체온측정을 거친 뒤 방문자 명부를 작성토록 했고, 메뉴 주문 시에도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안내했다. 다만 일부 업소에서는 입장 시 손 소독을 알리지 않거나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어도 별 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용산구청은 이날 경찰과 함께 이태원 일대를 돌며 방역지침 준수 여부 등을 점검했다.
지난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지침이 전환되면서 따뜻한 온기를 기대했던 이태원 상인들은 갑작스러운 집단감염 소식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킹클럽 인근 고깃집에서 일하는 주모(53)씨는 “일주일 전만 해도 대기 줄이 있을 정도로 손님들이 늘던 분위기였다”며 “코로나19가 주춤해지면서 이제 좀 괜찮아지나 싶었는데 이렇게 손님이 뚝 끊기니까 너무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의 또 다른 상인도 “국내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처음 시작된 지난 2월보다도 지금이 가장 장사하기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태원 상권이 직격탄을 맞은 반면 강남과 신촌 일대 주점들은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손님들로 붐볐다. 특히 젊은 층이 즐겨 찾는 ‘실내포차’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었다. 유흥업소에 대한 서울시의 집합금지 명령으로 클럽이나 감성주점을 가려던 사람들이 실내포차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9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어 클럽·감성주점·콜라텍·룸살롱 등 모든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 해당 방침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심기문·김태영·허진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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