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연설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요성과 정부 차원의 대책으로 시작했다. 진정세를 보였던 국내 상황이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으로 다시 악화되자 경계심을 고취시키는 한편 방역 관련 정부 조직개편에 필요한 국회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유흥시설 집단감염은 비록 안정화 단계라고 하더라고 사람이 밀집하는 밀폐된 공간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면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문 대통령은 국내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우리의 방역과 보건의료체계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확인했다”면서 “방역시스템을 더욱 보강해 세계를 선도하는 확실한 ‘방역 1등 국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담당 기관의 위상과 역할을 현재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만큼 이를 반영해 정부 조직개편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면서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지역 체계도 구축해 지역의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동의한다면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제도 도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질본이 청으로 승격되면 복지부 산하기관에서 분리돼 예산과 인사 등을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질본은 독자적 예산권이나 5급 이상 간부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 복지부가 권한을 쥐고 있다. 이 밖에도 복지부 복수차관제는 차관이 1명인 현행 단수차관제에서 복수차관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보건과 복지로 업무가 나뉘어 있는 만큼 각 분야에 좀 더 전문성이 있는 차관을 내세워야 한다는 구상이다.
두 사안 모두 정부조직법 개편이 필요한 것으로 지난 2015년 메르스 이후로 추진됐지만 번번이 좌절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여야가 모두 공약한 사안인데다 대통령까지 나선 만큼 21대 국회에서는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 연구 및 인재 양성, 환자 치료 등 능력을 갖춘 감염병 전문병원과 내년부터 운영될 예정인 국립감염병연구소에 대한 추진 계획도 밝혔다. 이 중 특히 감염병전문병원의 경우 2017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부지 선정, 예산 등의 문제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해묵은 과제들을 실천해나가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도 이날 “전문가들이 올해 가을 또는 겨울로 예상하는 2차 대유행에 대비하려면 매우 시급한 과제”라면서 “국회의 신속한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