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서울의 아파트 층수 규제인 일명 ‘35층 룰’을 시 전역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규제는 일반주거지역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높이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역 상황에 맞게 적용돼야 하며, 건축물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일괄 규제는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반면 일반인들은 35층 규제가 필요하며 서울 전역에 적용해야 한다고 보는 비중이 높았다.
이 같은 사실은 본지가 입수한 서울시 의회의 ‘서울시 높이 규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나타났다. 앞서 시 의회는 지난해 6월 7일부터 20일까지 일반인 800명과 전문가 110명을 대상으로 35층 룰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올해 서울의 도시계획인 ‘2030플랜’을 대체할 ‘2040플랜’ 수립을 앞두고 규제 정책을 손질하기 위한 의견수렴 취지다. 이 설문은 지난 1년간 서울시의 요청으로 비밀로 유지됐다.
◇ 35층 규제, 전문가 일괄적용 바람직하지 않아 = 본지가 입수한 서울시 의회의 ‘서울시 높이 규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아파트 최고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하는데 찬성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일반인의 69.0%가 찬성, 15.3%는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잘 모른다는 응답은 15.8%였다. 같은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49.1%가 찬성, 35.5%가 반대로 나타났다. 일반 시민과 전문가들 모두 35층이란 최고 높이 기준 자체는 수용 가능하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일반인들은 위험 때문에 전문가들은 도시미관 때문에 높이 규제가 필요 하다는 입장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높이 규제를 서울시 전역에 적용할 필요가 있는 지 여부에 대해 일반인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 점이다. 일반인들은 69.1%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전문가들은 42.7%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필요하다(39.1%)는 응답비율을 앞섰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일괄적용에 대해서는 42%가 반대했고, 39%가 찬성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35층 룰 일괄 규제에 대해 ‘지역 상황에 맞게 적용돼야 해서(48.9%)’, ‘건축물의 다양성이 없어져서(8.5%)’, ‘스카이라인의 변화를 느낄수 없어서(6.4%)’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 35층 룰 규제 논란 더 커질 듯 =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재웅 서울시의회 도시계획위원회 의원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서울에서 아파트 최고 높이를 규정하는 기준 자체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를 서울 전체에서 일률적인 규제를 한다는 점은 지역별 공간 활용 등 도시계획 상 문제가 있다”며 “산이 있는 등 높이가 경관을 해칠 경우 35층 적용이 필요하지만 도시 공간을 더욱 압축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지역은 35 층 이상도 허용돼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지금처럼 일괄규제가 아닌 탄력적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35층 룰을 둘러싼 시장과 학계의 관심은 서울시가 올해 말 완료를 목표로 수립 중인 ‘2040 서울플랜’에 모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35층 룰과 관련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라며 “2030 서울플랜을 근간으로 하되, 필요성에 대한 논리와 반대 의견에 대한 논리를 취합하고 있으며 7월 중 공론화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2040 서울플랜은 서울이 국제도시라는 인식을 전제로 그에 걸 맞는 도시계획으로 수립해야 한다”며 “균형 발전 측면에서 거점별 테마를 강화하고, 이에 걸 맞는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추구하는 등 서울시가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계획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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