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해 손실을 본 코스닥 상장사 에스모의 주가조작에 관여한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인 이모(41)씨 등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에스모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모(53) 회장과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도주 중인 이 회장은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인물로, 잇따라 기업을 ‘사냥’하는 과정에서 라임 투자금 2,000억원을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1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은 이 회장 등 무자본 M&A 세력이 에스모 등 상장사를 인수한 뒤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라임의 자금을 지원받아 자금을 횡령한 사건”이라며 “자율주행차 등에 투자한다고 허위공시하고 주가를 부양해 시장질서를 교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루트원투자조합을 통해 에스모 주식 70%를 인수한 이 회장 등과 시세조종을 통한 차익을 공모하고, 2017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페이퍼컴퍼니 계좌를 통해 주식을 대량으로 고가에 매수해 시세를 상승시킨 뒤 일괄매도로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씨 등 구속기소 된 피고인 4명의 변호인은 “피고인별로 주식 시세 조종에 가담한 정도나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공동정범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부당 이익의 산정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변호인도 “시세 조종과 이익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다른 변호인들과 상의해 다음 기일까지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씨 등은 2017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코스닥 상장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모를 무자본 M&A 한 뒤 주가를 조작해 83억원을 시세 차익으로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주식 대량보유(변동) 보고 공시를 누락한 혐의도 받는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이씨 등 일당 4명을 구속기소하고 범행에 가담한 공범 1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라임은 에스모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 회사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사태와 관련한 다른 재판들도 이번 주 연이어 열릴 예정이다. 오는 13일에는 라임의 무역금융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수백억 원 규모의 펀드 상품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 임모 전 신한금투 PBS본부장의 첫 재판이 열린다. 또 15일에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 등 라임 사태를 일으킨 핵심 피의자들의 도주를 도운 혐의를 받는 운전기사들의 첫 재판이 예정돼 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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