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르면서 제약·바이오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신라젠(215600)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뒤 주식을 팔아 이득을 챙긴 혐의로 전현직 임원진들이 줄줄이 구속되는가 하면 진행 중인 임상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해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선 당장 시급한 문제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의 구속 여부다. 서울남부지법은 11일 문 대표와 페이퍼컴퍼니 사주 A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에 착수했다.
문 대표는 신라젠이 개발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이 공시되기 전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미리 보유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4년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무자본으로 신라젠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해 회사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신라젠의 이용한 전 대표와 문 대표의 인척인 곽병학 전 감사 등은 이미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검찰 수사 결과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신라젠의 바이오기업으로서의 가치다. 간암 치료제로 개발중이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이 지난해 8월 미국으로부터 3상 권고 중단을 받은 뒤 신라젠은 신장암, 대장암 등 기타 암종에 대한 효과 검증에 나서고는 있지만 아직은 뚜렷한 결과가 없다. 이 중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신장암으로 미국과 한국, 호주에서 임상1상을 진행 하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한 미국 리제네론의 면역관문억제제 세미플리맙과의 신장암 대상 병용 후기 임상1b상 중간 분석 결과를 보면 정맥투여 환자군 16명 중에서 12명의 환자가 종양 크기가 감소했다. 그 중 9명의 환자가 30% 이상의 종양 크기 감소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직 환자 숫자가 적어 평가가 어려운 상태다. 1b상 완료는 내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신라젠의 넉넉지 않은 살림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제품 판매 수익이 전무한 것은 물론 지난해 5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최근 4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2,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상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검찰 수사로 인한 경영진 공백, 계속 되는 영업 손실 등 여파로 신라젠의 기사회생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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