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세계 원전시장 장악에 맞서기 위해 자국 원전사업 부활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구성된 ‘핵연료워킹그룹’에서 만든 ‘원자력 경쟁력 회복’ 보고서에는 규제 완화와 재정으로 향후 10년간 최대 7,400억달러에 이를 세계 원전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하게 담겨 있다.
주목할 부분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이 글로벌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큰 그림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이 ‘제조2025’를 통해 반도체굴기를 선언한 후에도 칭와유니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수에 제동을 거는 등 방어적 입장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차제에 공격적인 공급망 구축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글로벌 산업전략은 경제 민족주의의 틀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이념에 매몰돼 핵심산업 육성 전략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원전은 2034년까지 비중을 19.2%에서 9.9%로 낮추겠다며 탈원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미래 산업은 규제에 묶여 신음하고 있다. 산업전쟁에 밀려 제조업 공동화의 끔찍한 상황을 맛봐야 반시장 정책을 바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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