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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반도체·원전 '헤게모니 싸움' 지켜만 볼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와 원전 등 전략산업 육성 방안을 줄지어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쇼크를 계기로 ‘산업의 쌀’인 반도체 자급 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나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 의존하던 데서 벗어나 자국 제조시설 확대로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인텔 등 자국 업체는 물론 외국 기업의 미국 내 공장 설립 방안도 폭넓게 논의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텍사스 오스틴의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확장하라는 압박을 받을 확률이 높다.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미래차를 3대 신성장 산업으로 키우려는 우리로서는 이들 산업의 국내 투자에 대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세계 원전시장 장악에 맞서기 위해 자국 원전사업 부활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구성된 ‘핵연료워킹그룹’에서 만든 ‘원자력 경쟁력 회복’ 보고서에는 규제 완화와 재정으로 향후 10년간 최대 7,400억달러에 이를 세계 원전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하게 담겨 있다.

주목할 부분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이 글로벌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큰 그림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이 ‘제조2025’를 통해 반도체굴기를 선언한 후에도 칭와유니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수에 제동을 거는 등 방어적 입장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차제에 공격적인 공급망 구축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글로벌 산업전략은 경제 민족주의의 틀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이념에 매몰돼 핵심산업 육성 전략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원전은 2034년까지 비중을 19.2%에서 9.9%로 낮추겠다며 탈원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미래 산업은 규제에 묶여 신음하고 있다. 산업전쟁에 밀려 제조업 공동화의 끔찍한 상황을 맛봐야 반시장 정책을 바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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