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정책이 여론 수렴과 예산 확보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4·15총선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공약으로 효과를 거둔 여권은 고용보험 확대를 최악의 고용 상황을 덮을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나랏빚이 급증하고 세수 펑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엄청난 재원이 들어가는 선심 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당장 4월 구직급여 지출액이 9,933억원에 달해 3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결국 여야 정치권이 2년 뒤 대선을 의식해 현금복지 위주의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게 되면 나라 곳간은 거덜 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휘몰아칠 산업구조 재편까지 감안하면 서민들의 삶을 챙겨야 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재원 대책 등 종합적인 제도 설계 없이 추진된다면 국가부채가 급증하면서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미 적자상태인 고용보험의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여야는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고 재정 형편과 세수 규모를 고려해 지속 가능한 사회안전망 구축의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최상의 복지는 일자리인 만큼 현금을 나눠주기보다는 기업의 활력을 높여 고용을 창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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