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 11일 내놓은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놓고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핵심은 오는 8월부터 규제지역이 아니더라도 ‘수도권(과밀억제·성장관리권역)’과 ‘지방 광역시(도시지역)’에서 공급되는 민간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청약 가수요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대책 때마다 반복된 풍선효과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기존 분양권 몸값이 오르고, ‘5·11 대책’에서 제외된 경기도 광주·여주와 충청 천안·청주 등의 청약시장이 과열될 수도 있다”며 “아울러 이번 조치가 서울 등 수도권 신축의 희소성을 더 높이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12일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등록된 경기 여주의 5월 입주·분양권 거래량은 총 61건이다. 여주의 입주·분양권 거래는 지난 2월과 3월에는 2건, 4월에는 3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거래가 치솟은 이유는 지난해 10월 분양한 ‘여주역푸르지오클라테르’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면서 대거 손바뀜된 것이다. 아직 웃돈은 없거나 200만~300만 원 수준이지만 짧은 시간 내 등록된 거래량이 상당하다. 경기 광주시 역시 전부터 분양권 거래량이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전매제한이 풀린 ‘오포더샵센트럴포레’, ‘광주역태전경남아너스빌’ 등의 단지를 중심으로 높은 거래량을 보이는 상황이다.
흥미로운 것은 광주와 여주는 이번 ‘5·11 대책’에서 제외된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경기도 이천과 가평, 양평, 여주, 광주 등 전 지역은 이번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 외에 충북 청주, 충남 천안, 강원 춘천 등 경기도와 접한 지역 가운데 서울 접근성이 용이한 지역으로의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기존 분양권 가치도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 카페에는 이번 조치로 인해 기존 분양권 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8월 이후부터는 수도권에서 사실상 분양권 전매가 금지 된다. 이에 따라 융통할 수 있는 분양권이 인기를 누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 새 아파트로 투자 수요가 더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카페에는 이번 조치로 최근 분양된 서울 신축 아파트 소유자들이 제일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코로나19 대책 등으로 시중에 유동 자금이 여전히 넘치는 상태”라며 “비규제지역 분양권 시장에 몰렸던 돈이 서울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 시행사 관계자 역시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투자자는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옮겨가게 돼 있다”며 “매매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 중소도시 청약에 쏠림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분양권 전매 수요가 빠지면서 청약 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며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분양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전매 가능한 분양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현재 실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조급하게 분양권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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