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내셔널스의 팬이라면 두산 베어스를 응원하면 된다.”
프로야구 KBO리그가 미국 내 중계로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한국팬들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하는 미국 야구계의 시선을 궁금해한다. 미국 NBC스포츠워싱턴은 최근 메이저리그(MLB) 팀과 KBO 팀을 연결한 인터넷판 기사로 눈길을 끌고 있다. 서로 닮은꼴 구단을 나름의 간단한 이유와 함께 소개했다. ‘KBO를 여행하는 MLB 팬들을 위한 안내서’인 셈이다. 그럴듯한 대목도 있고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다.
◇두산 베어스≒워싱턴 내셔널스
지난 시즌 SK 와이번스에 내내 뒤지던 두산은 정규시즌 마지막 날에 극적으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잡았고 우승까지 다다랐다. 워싱턴도 19승31패로 출발은 엉망이었지만 끝내 대권을 잡았다. 간판 내야수 앤서니 렌던을 시즌 뒤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로 떠나보낸 워싱턴처럼 두산도 MVP 투수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을 잃었다.
◇한화 이글스≒볼티모어 오리올스
2008년 이래 포스트시즌 경험이 딱 한 번인 한화는 정민철 단장 체제에서 반란을 꿈꾼다. 리빌딩 중인 볼티모어도 마이크 엘리아스 단장의 리더십에 기대를 건다. 통산 161승을 올린 대투수 출신의 정 단장은 지난해 10월, 예일대 출신의 엘리아스 단장은 그보다 한 해 앞서 부임했다. 성적과 별개로 두 팀 다 훌륭한 홈구장을 가지고 있다.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KBO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장 중 하나다. 볼티모어의 캠든야즈도 MLB 역사상 가장 멋진 구장으로 손꼽힌다.
◇KIA 타이거즈≒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한국시리즈와 월드시리즈를 각각 11차례 제패했다. 최근 몇 년 새 고전하고 있는 것도 닮았다. 팬들의 열정은 KBO와 MLB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키움 히어로즈≒탬파베이 레이스
서울 연고 구단이라고 하면 두산·LG부터 꼽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키움은 KBO에서 팀 연봉이 가장 적은 구단 중 하나다. 관중 유치가 저조한 탬파베이도 지난해 팀 연봉이 7,000만달러 이하인 유일한 팀이었다. 그래도 96승이나 올렸다.
◇KT 위즈≒시애틀 매리너스
관련기사
2015년 KBO 합류 뒤 3년 연속 10위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지난해 71승71패의 성과를 냈다. 시애틀 팬들의 마음이 바로 KT 팬들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1977년 리그 확장으로 MLB에 뛰어든 시애틀은 1995년까지 플레이오프를 밟지 못했다. 월드시리즈 진출은 아직도 요원하다.
◇LG 트윈스≒뉴욕 메츠
LG는 확실히 KBO의 메츠다. 한국시리즈 2회 우승이 있지만 잠실 라이벌 두산의 그늘이 큰 게 사실이다. 메츠도 월드시리즈를 두 차례 제패했지만 프랜차이즈 역사상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은 두 번뿐이다. 뉴욕 양키스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메츠 홈 경기는 잊히게 마련이다. 물론 팬층은 메츠도 두껍고 열기가 엄청나다. LG도 마찬가지다.
◇롯데 자이언츠≒피츠버그 파이리츠
1982년 KBO 원년 6개 팀 중 하나인 롯데는 어느 팀보다 화려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실망의 역사도 깊다. 최근 7시즌 동안 6차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1800년대부터 야구를 해온 피츠버그도 시련이 깊은 팀이다. 플레이오프에 올라탄 기억이 1979년에 멈춰있다. 지난 3년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늘 4위 이하의 성적에 그쳤다. 비시즌 롯데의 노력은 그래도 희망을 품게 하지만 피츠버그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NC 다이노스≒미네소타 트윈스
홈런이 야구의 꽃이라고 생각한다면 NC를 응원하면 된다. 에릭 테임즈(워싱턴)의 전 직장이기도 한 NC는 지난해 KBO 팀 홈런 1위를 기록한 팀이다. 올해는 리그 정상급 슬러거 나성범이 무릎 부상에서 돌아왔다. MLB 대포군단 미네소타를 닮았다. 미네소타는 오프시즌에 거포 3루수 조시 도널드슨도 영입했다. 지난해 성적은 두 팀 다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NC는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했지만 1경기 만에 짐을 쌌다. 미네소타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양키스에 싹쓸이 당했다. 거포군단이 우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NC와 미네소타 중 어느 팀이 먼저 보여줄 수 있을까.
◇삼성 라이온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삼성이나 샌프란시스코처럼 단시간에 왕조를 이룩한 팀도 드물다. 삼성이 2014년까지 통합 4연패 위업을 자랑한다면 샌프란시스코는 10년 새 월드시리즈 세 차례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 60년간 단 세 팀만 달성한 기록이다. 하지만 최근 세 시즌을 보면 삼성과 샌프란시스코는 5할 승률이 목표인 팀이 돼버렸다. 과거의 영광은 다시 올 수 있을까.
◇SK 와이번스≒보스턴 레드삭스
SK는 KBO리그의 영원한 우승후보라 할 만하지만 올 시즌은 의문이다. 선발 두 축 김광현과 앙헬 산체스를 각각 세인트루이스와 일본 요미우리로 떠나보냈다. 보스턴도 최근 트레이드 이슈가 있었다. 무키 베츠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로 갔고 크리스 세일은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SK·보스턴 둘 다 주축 선수 몇몇을 잃은 채 도약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