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이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꺼리는 경우를 막기 위해 방역당국이 익명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확진자 동선 공개는 축소하기로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확진자의 불필요한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고 검사 참여를 높이기 위해 13일부터 익명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익명검사는 검사 대상자의 이름을 비운 채 보건소별 번호를 부여하고 전화번호만 확인해 검사하는 것으로 서울시에서 지난 11일 시작했다. 서울시는 10일 하루 검사량은 3,496건이었지만 익명검사 도입 이후인 11일 6,544건, 12일 8,343건 등으로 검사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이태원 클럽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익명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며 “이를 전체적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으나, 시행 이후 성과나 효과를 보고 (확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익명검사를 받더라도 기존 실명검사와 확진자 조치는 동일하다. 검사자는 결과를 듣기 전까지 대인 접촉을 피하고 양성 확인 시에는 역학조사가 진행된다.
방역당국은 또 동선 공개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에 알렸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집단으로 노출된 장소에 대해서는 취합해서 일괄 공개하고, 개별 환자 동선은 분리해 같은 업소를 방문했더라도 상호명 등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예를 들어 새로 확진된 환자가 이태원의 특정 클럽을 방문했더라도 공개되는 동선상에서는 ‘이태원 유흥시설’로 표기된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당국은 검사 과정이나 확진 이후에도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하고 있으므로 4월24일부터 5월6일까지 이태원 일대 유흥시설을 다녀온 분은 조속히 진단검사를 받아달라”고 강조했다.
서울 한남동에는 워크스루 방식 선별진료소가 설치됐다.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발생을 계기로 서울 25개 자치구 보건소 등에 설치된 선별진료소들의 수요가 평소의 6~10배로 폭증하는 데 따른 것이다.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는 한남동주민센터 옆 공영주차장에 설치됐으며 평일과 주말 모두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운영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전국에서 약 2만2,000명이 진단검사를 받았다. 방역당국은 신용카드 사용내역 조회, 기지국 접속자 파악, 경찰과의 협조를 통해 연락이 닿지 않는 클럽 방문자를 추적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태원 5개 클럽 명부에 있는 5,517명 중 2,400여명과 연락이 닿았고 카드 결제내역을 토대로 1,800여명을 조사 중이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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